끓인 심플 시럽에 냉동 딸기와 복숭아 과육 첨가, 레몬즙·말린 장미꽃잎 넣어 저으면 ‘특별한 풍미’[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문화일보
  • 입력 2023-06-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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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미 10송이의 잎이 들어간 장미잼을 만드는 과정. 요거트나 식빵에 발라서 먹으면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장미잼 만들기

지난 3월, 빡빡한 일정의 홍콩 출장 중 유일하게 제 자신을 위해 사 온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홍콩의 2층 케이크숍에서 1987년부터 판매해온 장미잼(Rose petal jam)입니다. 장미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장미 향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디저트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티시에 피에르 에르메의 ‘이스파한’입니다. 이스파한은 장미 품종의 이름이자 이란의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장미가 유명한 이 도시의 이름을 따 만든 이스파한이란 디저트는 프람부아즈(산딸기), 리치, 장미로 만든 아름다운 향을 지닌 가토입니다. 장미 향이란 기호가 많이 갈리는 편인데 다른 베리류나 과실과 함께 더해지면 향은 증폭되고, 맛은 구심점을 찾게 돼 밸런스를 갖추게 됩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홍콩의 장미잼은 딸기를 베이스로 곱게 갈아 거슬림 없이 발림성 좋게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묵직한 무게를 감당하면서까지 캐리어에 넣어 올 만큼 주는 이, 받는 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입니다. 이 장미잼은 애프터눈 티에 나오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저온 살균 처리를 거치지 않은 우유를 가열하면서 얻는 노란색의 유크림)과 함께 얹어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응축된 유지의 맛에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장미 향이 살포시 얹어지는 기분입니다.

얼마 전 전남 구례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농부님께 식용 독일 장미를 선물 받았습니다. 고운 핑크색 식용 장미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장미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원하는 맛을 조금 더 더해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재배 방식에 따라 화훼용은 식용이 아닌지라 독성이 강한 농약을 치기에 세척을 해도 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무농약으로 키운 식용 장미여야 잼이나 청 등으로 가공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선물 받은 건 12종의 향장미 중 이 시기에 가장 예쁜 핑크빛의 장미입니다. 저의 장미잼엔 장미 10송이의 잎(봉오리 부분은 쓴맛이 나기 쉬워 제거하고 잎 부분만), 레몬 1개의 즙과 껍질, 냉동 딸기 10알, 작은 복숭아 1개의 과육, 그리고 1:1 비율로 물과 설탕으로 만든 심플 시럽이 필요합니다. 장미잎은 알코올과 물로 세척해 물기를 제거한 후 한나절 말렸습니다. 냄비에 시럽을 끓이고 냉동 딸기와 복숭아 과육을 넣고 향을 충분히 낸 후 말린 장미잎을 넣어 저어 줍니다. 순식간에 하얗게 변한 꽃잎의 색은 레몬즙과 껍질(제스트)을 넣으면 다시 진하게 색이 돌아옵니다. 산의 화학작용이겠지요. 저는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장미꽃잎을 좋아하기에 일부러 말려 넣지만 이 식감이 불편하다면 블렌더로 곱게 갈아 졸여 완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끓여 세척한 진공 유리병에 완성된 잼을 담고 뚜껑을 막은 후, 거꾸로 엎어 진공 상태를 만들면 작업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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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으니 개봉 후 실온에선 1개월 내에 섭취하거나 냉장보관을 하며 먹으면 좋습니다. 그 많은 꽃잎이 잼이 되면서 작은 유리병 하나로 줄어드는 것을 보니 약간의 허무함이 느껴지지만 요거트나 식빵에 발라먹으면 세상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성 제품과 함께 비교해서 먹어 보니 좋아하는 과일을 넣어 만든 버전이 역시 어우러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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