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저출산은 인간만의 특성?… 동물에게도 있는 진화의 결과[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6-23 09:41
  • 업데이트 2023-06-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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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리
박한선 지음│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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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이자 진화인류학자의 인간 탐구·탐사기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오랜 편견, 그중에서 아름다운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선한 사람은 결국 승리한다거나,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같은 편견이다. 편견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편견이라기보다는 믿음에 가까워 보인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 같은 나쁜 편견은 질타하고 때로 이로 인한 행동은 처벌받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편견은 대응하기도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인류의 아름다운 편견 중 하나가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영혼을 가졌다는 믿음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에 ‘인간의 자리’는 당연히 생명 피라미드의 꼭대기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을 피라미드의 정상에서 끌고 내려온다. 인간은 그저 지구 위 생명들 중 하나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적 생태 환경에 적응·진화해 온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의 자리는 지구 위 모든 생명과 함께 그 가운데라는 것이다.

책은 이 같은 전제에서 출발해 인간의 사랑, 양육, 우애, 동성애, 협동, 노화와 죽음, 폭력성, 건강과 혐오 등이 인간만의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자연선택과 성선택이 결합된 진화의 결과라는 사실을, 정확하게는 진화의 과정 중임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인간의 입양, 양육의 비밀을 남의 새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의 탁란과 나란히 놓고, 극단적 출산율 저하는 예방적 차원의 선제적 형제자매 살인으로 추측한다. 동성애도 자연에서는 무려 1500종에서 관찰되는 만연한 현상이라고 전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개인주의·혐오에 대해서도 저자는 진화인류학적으로 설명한다. 개인주의는 친구·이웃·지인 등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쌓아 올리는 수고에 비해 기대 이익이 점점 낮아지고 중요한 자원이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제도적 상호 부조나 복지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복지의 역설이다. 또 혐오는 행동면역계 과활성화의 결과로 진단된다. 즉 감염 가능성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행동면역이 즉각적 감정적 역겨움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행동면역계는 더 강력하게 돌아가, 혐오를 부추긴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인간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진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진화 과정을 통해 우리를 설명했듯, 진화의 과정에 희망을 건다. 폭력으로, 소외로, 혐오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답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백만 년간 늘 그랬듯이. 256쪽, 1만6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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