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의 기쁨이 되어주오… 편 가르지 않고 해결해야 우리 모두 ‘챔피언’[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27 09:05
  • 업데이트 2023-06-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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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싸이 ‘챔피언’‘환희’

1973년 여름에 인기를 끈 영화가 있었는데 제목이 ‘썸머타임 킬러’였다. 상영관인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은 젊은이의 성지(핫플)였다. 제목은 ‘범죄도시’를 방불케 하지만 ‘킬러’의 의미가 살인보다 연인에 가까웠던 덴 이유가 있었다. 신파 복수극이지만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이 막강했다. 로버트 미첨의 아들(크리스 미첨)과 만인의 줄리엣(올리비아 핫세)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감미로운 OST도 청춘들을 끌어당겼다. 무명 밴드였던 컨트리 러버스의 ‘런 앤드 런’(Run and Run)을 들으며 함께 달렸던 청년들은 지금 달라진 극장의 문패(허리우드 클래식-실버영화관)를 보며 무엇을 느낄까. 질풍은 사라지고 혹시 노도만 남은 건 아니겠지.

살아갈 땐 걷는(Walk) 것 같아도 살아보면 달리는(Run) 게 세상의 속도다. 1960년대엔 ‘킬러’를 ‘킬라’로 표기했다. 여름특수 상품명이 ‘××킬라’여도 거부감이 덜했던 건 그것이 해로운 벌레들을 죽여줬기 때문이다. 올여름 뉴스엔 유난히 ‘킬러’가 자주 등장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죽였기에 이 난리일까. 문제가 된 ‘킬러 문항’ 사태를 들여다보니 가해자는 출제자고 피해자는 수험생이다. ‘낼모레면 시험 기간이야 그러면 안 돼 안 돼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무섭지도 않니’(윤시내 ‘공부합시다’) 대한민국 입시는 학생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불면에 빠뜨린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뉴스에 가수가 등장하면 통계적으로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많다. ‘나 완전히 새 됐어’(2001 ‘새’) 때만 해도 이 새가 무슨 새가 될지 예측이 쉽지 않았는데 ‘나는 뭘 좀 아는 놈’(2012 ‘강남스타일’)이 된 후부터 싸이(사진)는 승승장구다. 세계적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자신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가수를 퀸의 프레디 머큐리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퀸의 첫 번째 실황 앨범이 ‘라이브 킬러’다(참고로 거기에 실린 ‘킬러 퀸’은 한국 영화 ‘죽여주는 여자’랑 의미가 상통한다).

싸이의 노랫말 속에도 오늘의 키워드 ‘킬러’가 등장한다. 첫 번째 곡은 ‘챔피언’이다. ‘우리는 제도권 킬러 둥글게 둥글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람인데 똑같이 모두 어깨동무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파벌 없이 성별 없이 앞뒤로 흔들어’. 이 노래를 만든 계기를 밝힌 화면(‘히든싱어 5’)도 있다. “2002월드컵 공연 당시 대학생들은 무대를 보고 응원하며 마음껏 즐기는데 그 한 줄 뒤에 의경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같은 20대 또래인데 한쪽은 즐기고 한쪽은 근무를 서고 있는 게 묘했다.” 그래서 이런 가사가 합류했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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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라의 히트곡(1988)을 싸이가 리메이크한 ‘환희’(2005)도 ‘챔피언’과 연장선상이다. 노래는 시작부터 공수로 갈려 분주하다. ‘오늘의 뉴스 패싸움 끝 원 투 얘들아 뛰어라’ 그때 킬러가 등장한다. ‘우리는 제도권 킬러 동서로 갈라 여야로 갈라 싸움은 똑같고 사람만 달라’ 제목은 ‘환희’인데 내용은 정반대다. 극명의 대비를 통해 각자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들려는 의도다. ‘이제 나의 기쁨이 되어 주오 이제 나의 슬픔이 되어 주오 우리 서로 아픔을 같이하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 수천 년 전부터 해오던 얘긴데 그 실천이 그렇게 어려울까. 정답은 소박하다. 서로 처지를 보듬을 때 평화가 날개를 펴고 서로 조금만 비켜주면 거리도 숨을 쉬게 된다. ‘감격시대’(1939)의 청사진은 오래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 쉬는 거리다’(원곡 남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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