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수명 비례해 투표권” 野 혁신위원장의 노인 멸시[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8-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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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은경(58)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인의 투표권 비중을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생이 짧을수록 자신의 생애만 생각한 단견(短見)을 갖고 투표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한 것으로, 민주주의 원칙은 물론 60대 이상 건국·산업화 세대의 헌신과 지혜를 멸시하는 패륜적 망언이다. 강단에서 한 학술적 측면의 분석이 아니고, 민주당 혁신을 책임진 인사 자격으로 지난 30일 청년 세대 좌담회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약하다.

김 위원장은 지금 청년이 된 자녀의 중학생 시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물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며 “그 말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더라도 노인 세대의 판단 능력을 비하해서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이간질하는 논리를 펼쳐서도 안 된다. 노인 세대는 남은 수명 기간에만 유리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발상부터 모욕적 궤변이다.

앞서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 의장은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 유시민 의원은 “50대 접어들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1년 ‘노친네 투표 못하게 여행 예약해 드렸다’는 메시지에 ‘진짜 효자’ 댓글을 달았다. ‘시위 못하게 시청역 에스컬레이터를 없애자’고 했던 인사도 있다. 고령층 투표가 불리하다는 계산이 앞섰을 것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인륜까지 저버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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