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수사·국조 총동원해 ‘官·建 카르텔’ 뿌리 뽑아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8-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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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아파트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는 현실과의 괴리가 설명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총체적 부패 때문이었다. 엉터리 설계에다 심지어 다른 층 도면으로 철근 배근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철근을 빼먹은 15곳 가운데 LH 출신이 설계 용역을 한 단지가 13곳이었고, LH 퇴직자가 취업한 특정 기업에 감리가 집중돼 제 기능을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발주부터 완공까지 전방위에 걸친 관·건(官·建)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의 건설 산업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며 “법령 위반 사항에는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는데, 올바른 접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11월 국회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찍어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에 적발된 15곳 가운데 김 장관과 변창흠 LH 사장 시절 착공된 곳이 12곳이나 됐다. 그 직후 국토부 장관에 오른 변 사장이 서울 30만 가구, 전국 80만 가구를 짓는 ‘공공주도 3080+’를 밀어붙이면서 실제로 아파트를 빵처럼 찍어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2일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고 엄정한 감사와 함께 야당과 협의해 국정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 업체였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우선, 수사를 통해 범법자를 엄정히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 잘못된 관행 등 범죄로 다룰 수 없는 영역들도 존재한다. 행정적 문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바로잡고, 관행과 제도에 관한 부분은 국조(國調)를 통해 밝혀내 입법 보완에도 나서야 한다. 건설 카르텔이 워낙 고질적 병폐인 만큼 감사·수사·국조를 총동원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부실 아파트는 가장 중요한 민생 문제다. 더불어민주당도 “또 남 탓”의 정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이재명 대표가 “민생이 최우선이며 불이 나면 힘을 모아 진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한 만큼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건설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건설산업 재도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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