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일상화… ‘온열 재해’ 막을 대책 실효성 높일 때[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8-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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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기온이 36도를 넘는 폭염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폭염 사망자가 23명을 넘었다.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도 한증막으로 변해 6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최근 29세 마트 직원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집중되는 작업장과 다중 행사장이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외에서 근무하는 분과 고령자들의 폭염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고, 지자체들도 ‘한낮 논밭일 중단’‘쿨링 포그 살포’ 등 긴급 대책에 나섰다.

현재도 보호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재해 위험이 있을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2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돼 있다(제566조). 하지만 작업중지권이 주로 사업주에게 맡겨져 있고, 작업열외권(列外權)은 노임 손실을 전액 보전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노조 측은 “더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무서워 말도 못 꺼낸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이다.

온열질환은 ‘침묵의 살인자’이자 공중보건의 중대 위협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는 1년 이내 3명 이상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처벌토록 못 박아 놓았다. 하지만 사후 처벌보다 ‘온열 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온열질환은 사람·환경에 따라 무차별로 발생하는 만큼 작업 열외권과 작업중지권을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는 중대재해에 혹서·혹한을 포함시키고 지자체장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여야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서두르기 바란다. 정부는 지난해 용광로나 유리 공장 등으로 제한돼 있던 산업안전 규칙을 ‘폭염에 노출된 장소’로 손질한 바 있다. 물류센터·급식실 등 사각지대를 포함시키고, 권고 수준의 예방 조치도 의무 조항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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