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앞이 캄캄하다[ICT]

  • 문화일보
  • 입력 2023-08-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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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 D램과 달리 메모리 반도체 분야 ‘걱정거리’로

AI 바람타고 D램은 승승장구
스마트폰 둔화에 낸드는 빌빌
범용제품 가격 1년 새 20% ↓
재고 많고 수익 낮아 추가감산

업계 부진에 2위·4위 합병 유력
성사땐 삼성 제치고 점유율 1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닥을 찍고 회복 중인 D램과 달리 낸드는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321단 세계 최고층 낸드를 선보이는 등 기술경쟁은 가속화하고 있지만 시장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 낸드를 큰 폭으로 추가 감산키로 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낸드 수익성 회복이 반도체 업계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 부진에 빠진 낸드 업계에서는 합병설까지 도는 등 대대적 시장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뚜렷한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의 일부 고부가가치 D램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PC·스마트폰 등의 수요 부진으로 낸드는 좀처럼 회복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범용 제품(메모리카드·USB용 16Gb X8 MLC)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4.81달러에서 지난 7월 3.82달러로, 지난 약 1년간 20.6%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낸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크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보조기억장치로 주로 사용된다. 하드디스크 대신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장치, SD카드 등이 낸드 제품이다. 처리 속도가 빠른 반면, 용량이 작고 전원이 꺼지면 저장됐던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주기억 장치 D램을 보완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업체의 독과점 구조인 D램과 달리, 낸드는 이들 업체 외에도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다수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공급량도 많아 업황 개선 속도가 더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34%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키옥시아(21.5%),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15.3%), 웨스턴디지털(15.2%), 마이크론(10.3%)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낸드 부진이 유독 두드러지는 건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2분기 들어 전 분기 대비 5% 떨어지면서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낸드 시장의 주력 제품인 128단과 176단 낸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40%를 차지하는 모바일이지만 스마트폰 판매가 하락하면서 낸드 수요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다.

또 AI 바람을 타며 수요가 느는 고부가가치 D램과 달리 AI 수요에 특화된 낸드 제품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DDR5 D램과 이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의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D램인 HBM이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는 엔비디아의 GPU ‘H100’과 묶여 고가에 팔린다. 반면 낸드에서는 서버용 대용량 저장장치인 ‘엔터프라이즈 SSD’ 정도만 AI 서버에 탑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잇달아 낸드 감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재고 정상화를 위해 감산을 지속할 예정으로 특히 낸드 생산 추가 조정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는 D램에 비해 업계 재고 수준이 높고 수익성도 낮은 만큼 5∼10% 추가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낸드 감산 효과 여부가 반도체 업계 실적 회복의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낸드 업계가 부진에 빠지며 대대적 시장 재편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2위 업체인 키옥시아와 4위 업체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유력하다. 특히 고부가가치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달리 낸드만 생산해 최근 타격이 큰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을 낸드 시장을 재편할 ‘반등 승부수’로 본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을 합치면 점유율은 36.7%로, 합병 성사 시 삼성전자를 제치고 새로운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현실화하면 낸드 업계는 키옥시아 합병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빅4’로 재편된다”면서 “공급이 줄면서 가격 변동 폭이 제한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낸드 업계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이달 말까지 합병 계약을 맺는 걸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합병은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사업부를 분사해 키옥시아와 합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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