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산업계 살릴 때[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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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결국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가 개시됐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東京)전력은 하루에 460t씩 향후 17일간 오염처리수 약 7800t을 방류하고 이 같은 방식으로 30년 동안 총 134만t을 내보낼 예정이다. 방류 후 측정해 보니 다행히 방사성 물질 농도는 기준치를 밑도는 정상 범위로, 인간과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일본 정부(환경성)가 방류 하루 뒤인 25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40㎞ 이내 11개 지점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7∼8베크렐(㏃·방사능 단위)로 검출 하한치보다 낮았다. 이 중 3개 지점에서는 세슘137 등의 방사성 물질 농도도 조사했는데, 결과는 모두 검출 하한치를 보였다.

일본 정부 말만 믿을 수 없으니 우리 정부도 조사에 나섰다. 해양수산부가 25일 남동·남서·제주 등 우리나라 3개 해역 15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을 조사했는데,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온 남동 해역 5개 지점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치와 견줘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예견됐던 결과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자체가 오염수에서 오염 물질을 최대한 줄여서 방류한 물이기 때문이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에 지하수, 빗물이 섞인 게 후쿠시마 오염수인데 여기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세슘 등 방사성 물질 64종이 걸러졌다. 또, 물 분자 형태여서 ALPS가 없애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을 다량 넣어 배출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해 내보냈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 바닷물에도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다. 게다가 방류된 오염처리수는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인 태평양 쪽으로 퍼진 뒤 구로시오해류를 타고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게 된다. 이후 캘리포니아해류를 따라 남하한 뒤 북적도해류를 타고 순환하며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년. 그사이 바닷물에 추가로 희석된다. 과학적·객관적 사실로만 본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 주말 새 오염처리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잇따라 열리고 유명 가수의 규탄 글도 올라왔다.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만 하기에 ‘일반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은 여전히 커 보인다. 2021년 일본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꼴인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데서도 드러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노량진수산시장 내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 줄었고, 2년 뒤인 2013년 오염수 누출 사고 시 국내 전통시장의 수산물 소비는 절반에 가까운 40% 급감했다. 대표적인 ‘국민 생선’인 우럭 재고가 이미 1만t가량 쌓인 가운데, 추석을 앞둔 어민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그간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과학적 검증과 투명한 결과 공개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존망 기로에 놓인 수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다각도의 소비 활성화 대책 발굴 등 후속 조치 마련에도 힘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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