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단순한 연금개혁의 핵심[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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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윤석열 정부가 공언했던 연금개혁을 위해 정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오랜 논의 끝에 1일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보험료율 12%·15%·18% 인상, 연금지급개시연령 68세 상향, 기금투자수익률 제고 등을 조합한 무려 18개나 되는 시나리오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안을 만들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나리오가 많고 복잡다단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늦게 받는 방안이다.

연금제도도 간단하다. 일할 때 돈을 내고, 노후에 나눠 받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매월 보수의 9%를 내면, 65세부터 소득의 40% 안팎 수준의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 무조건 가입자들이 이익이다. 운영 면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애초 설계부터 잘못된 탓이다. 제도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연금을 받는 노인이 많아지고 오래 살 줄 몰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수지 타산을 계산할 때마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진다. 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제도 개혁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의견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충하면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여론의 눈치를 중시하는 정치 논리가 개입된 것이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개혁이 손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국민에게, 대신 연금을 더 많이 받게 해주겠다고 하는 셈이다. 국민 입장에선 솔깃할 수 있지만, 조삼모사일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주려면 당연히 내는 보험료가 더 많이 늘어야 한다. 제도 개혁의 본질인 ‘지속가능성’이 다소 흐려질 수밖에 없다.

복잡해 보이지만 개혁의 답은 나와 있다. 수지 균형을 맞추는 거다. 물론 노후소득 보장도 중요하다. 다만, 재정 안정화가 우선이다. 이후 가입 제도 개선, 기초연금, 정부 지원 등 노후소득 보장을 확대하는 각종 제도를 늘려 나가면 된다.

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속할 수가 없다. 현재는 수지 균형이 맞지만, 2041년이면 수지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에는 모아놨던 연금 적립 기금이 고갈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다음 계산 땐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당겨질 게 분명하다. 기금이 고갈되면 적립식에서 보험료를 걷어서 연금으로 바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바뀐다. 부과식으로 변경될 경우 재정위 추계 결과 보험료율이 30%까지 치솟고, 이후 더 오른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자신들이 일해서 번 소득의 30%를 노인 생활비로 내놓는 셈이다. 일각에선 부족분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최악의 가정이다. 이미 연금재정 파탄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강제 개혁에 들어간 그리스의 사례를 돌이킬 필요가 있다. 연금제도를 우리보다 더 먼저 오래 운영해온 해외 선진국들은 모두 더 내고 늦게 받는 개혁을 해왔다. 물론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공무원연금 등과의 형평성 등 추가 개혁 과제도 적지 않다. 이번 한 번으로 모두 다 바꿀 순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것부터 단행해야 한다. 이제부터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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