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폐지 능사 아니다[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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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산업부 차장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공동으로 관련 토론회까지 열게 된 것은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4건이나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노동계 표심을 의식해 법안을 밀어붙일까 불안해하고 있다.

경영계에 따르면 포괄임금계약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 근로시간 이외 근로에 대한 대가로 일정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이다.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이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원식·박주민·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포괄임금제 폐지 관련 법안들은 정액급제와 정액수당제를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우 의원과 박 의원, 류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김 의원 안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또 우 의원과 김 의원, 류 의원이 낸 법안은 근로시간을 일·주·월 단위로 측정·기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일탈 사례와 부작용만 집중적으로 부각해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포괄임금 금지 법안은 보상 기준을 근로시간에만 맞추는 사고방식에 근거하므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현재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협업, 가상공간 작업의 일상화, 원격근무 및 재택근무의 증가 등이 트렌드다. 근로시간에 매몰된 시스템은 근로자의 창의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

우 의원 등이 낸 개정안 내용처럼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측정·기록하게 할 경우,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하는 시간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지를 놓고 산업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한 시간, 개인적으로 SNS를 이용한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서 빼야 한다느니, 근태 관리를 놓고 소모적 노사 갈등만 심화할 수 있다.

포괄임금 폐지가 근로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다. 고정수당이 폐지돼 근로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겠다며 CCTV를 설치하면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감시당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경총·중기중앙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도 “포괄임금제가 무상 근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포괄임금제 자체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필연적으로 무상 노동을 내재하는 제도는 아니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고 했을 정도다.

포괄임금계약은 다양한 사업의 특성과 근무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다. 효과적 시간 관리와 안정적 수입 확보라는 노사의 이해관계가 절충돼 만들어졌다. 일각에서 발생하는 ‘공짜 야근’은 정부의 엄격한 근로감독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포괄임금 전면 폐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만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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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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