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공배수式 역사 해법[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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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부장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역사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대한민국 건국의 시점을 다투는 건국절 논란, 광주의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경남 통영에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리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라면 또 한 번 소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서독으로 귀화한 윤이상은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김일성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2월 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로 시작해 3월 무렵 과거사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교과서 검정, 이어 5월 외교청서와 7월 방위백서를 통한 일본의 ‘캘린더성 역사 도발’이 상수로 잡혀 있고, 국내 정치인의 망언이 어김없이 이어지는 제주 4·3항쟁, 5·18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가히 역사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나만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식 전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장 오남용이 심한 말이 돼버렸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판단은 좌우와 여야가 다르고, 같은 정당 내 정치인들의 생각도 다르다. 대통령의 멘토였다는 이종찬 광복회장도 요즘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계속 역사인식에서 ‘이념’이라는 ‘최대공약수’를 찾으려 한다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본다. 1920년대 초반 발생한 국제공산당 자금사건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상해임시정부가 레닌 주도 국제공산당 코민테른으로부터 200만 루블을 지원받기로 약속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독식하는 배달 사고를 냈는데, 이들이 김구가 보낸 경무국원에 의해 암살된 사건이다. 상해임시정부가 레닌과 연계돼 있었고 그 자금을 지원받으려고 했다는 건데, 지금 정부가 들이대는 잣대로 보면 김구 선생도 재평가돼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상해임시정부가 ‘임의단체’라는 주장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강연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과거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과거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결해야 진실한 삶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을 옳으냐 그르냐, 선악의 문제로 판단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개국한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나와 자신과 윤 대통령의 생각이 비슷한 점이 “과학기술과 기업이 나라의 성장이고 미래를 결정한다는 확고한 신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과거와 관련된 논쟁보다 미래로 가줬으면 좋겠다. 지나간 것 자꾸 따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 먹고사는 문제 먼저 해결해 주고 우리 아이 취직되게 해달라, 저는 그게 가슴에 가장 와 닿는 말”이라고 에둘러 꼬집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나본 여당 의원들 중에서도 오 시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최근의 역사 논란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역사인식은 이제 ‘최대공약수’보다 ‘최소공배수’를 찾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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