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집토끼 경쟁’ 폐해[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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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총선 전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 또한 총선뿐 아니라 향후 정치 구도 변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마찬가지다. 후보등록일(3월 21∼22일) 기준으로는 이미 총선은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 발언 하나하나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고, 이 대표와 야당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결국 ‘표 싸움’이다.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을 포섭하고 지지를 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중원을 잡아라’는 둥, ‘중도층 표심 잡기’라는 둥 모두 같은 맥락이다.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혹은 어느 쪽을 지지할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유권자 ‘집단’, 적어도 큰 선거를 앞두고는 거대 정당들은 이들을 겨냥한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실과 여권, 그리고 민주당의 움직임은 거꾸로인 듯하다. 우리 정치 지형이 양극단의 과격한 목소리가 ‘과대 반영’되는 구조가 돼 버렸기 때문인지, ‘집토끼’ 잡기에만 여념이 없다. ‘민주당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한 실망에서 비롯됐다’는 수도권 의원들의 우려 섞인 지적에 한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이 내려가잖아? 그럼 더 망해. 집토끼들이 이제 민주당에 더 기대할 게 없어져, ‘민주당 저것들로 안 된다’ 이러면서 아예 투표장에 안 나와”라고 했다. 당장 8월 첫째 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6%)보다 크게 높았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율은 31%로 국민의힘(32%)과 도토리 키 재기 싸움 중이다. 무당층(32%)이 30% 안팎이 된 지는 오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 등 돌린 중도층이 많지만, 이들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의원은 “정율성도 아니고 김원봉도 아니고 홍범도를 걸고넘어지는 게 정무적으로 맞는 판단인지 여전히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념적으로 거세지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도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거듭된 강조가 필요하다는 옹호와 ‘지나치게 날이 서 있다’는 평이 함께 있다. 몇 달 전 윤 대통령과 만난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이 ‘들토끼·산토끼 잡으러 가지 말고 집토끼부터 잡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지지율을 분석하며 “코드 인사나 적폐 청산, 검찰 개혁 등 집토끼들에게 어필하는 정책들이 지지율 하락을 촉발한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극단적인 지지층 결집에 여념이 없는 야당에 맞선 여권의 전략이 ‘집토끼 잡기’ 경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바른 정치도 아니다. 보수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행보와 중도층에 다가가는 국정 운영이 배치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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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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