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눌러도… 112에 자동연결 안되는 ‘비상벨’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7 11:56
  • 업데이트 2023-09-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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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시의 한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안전 비상벨에 ‘응급 또는 비상 상황시 벨을 눌러주세요’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 비상벨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 어떤 기관과 연결되지 않고 알람 소리만 울리는 ‘소음벨’에 불과하다. 박윤슬 기자



■ 묻지마범죄 횡행 속… 소음만 나는 ‘유명무실 비상벨’

경찰 · 경비업체 미연계 1716개
소리조차 나지않는 ‘모형벨’도
시민들 “도움 못받는다니 더 불안”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벨을 누르면 112 신고 등으로 연결되는 ‘안전 비상벨’(사진) 중 상당수가 경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알람 소리만 울리는 ‘소음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늬만 비상벨’인 셈이다. 최근 흉악 범죄로 치안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범죄 피해자에게 ‘마지막 동아줄’이 될 수도 있는 비상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비상벨 중 1716개는 경찰,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 사설경비업체, 관리사무소 등 그 어느 곳과도 연계되지 않은 단순 알람 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상벨을 눌러도 경광등이 켜지고 알람 소리만 울릴 뿐 경찰에게는 위급 상황이 전달되지 않는다.

경찰과 직접 연결되지 않고 CCTV 관제센터나 사설 관리업체 등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경찰 비연계’ 비상벨로 범위를 넓히면, 전국에 3만6270개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는 알람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모형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모형벨은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꾸준히 최신식 비상벨로 교체해 나가곤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며 “아직 파악되지 않은 잘못된 소음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벨 마다 경찰에 신고하는 주체가 지자체, 사설경비업체, 관리사무소 등 제각각이어서 위급 상황 시 대응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문화일보가 ‘소음벨’이 있는 공영주차장 2곳을 찾아가 보니 관리사무소 직원조차 비상벨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지 못했다. 인근을 지나던 한 40대 주민은 “비상벨이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소리만 울리고 경찰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주민 김모(37) 씨도 “시민들은 경찰이나 구청에서 비상벨 점검을 마쳤다고 말하는 것만 믿어왔는데,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못 받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토로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모든 비상벨이 경찰과 연계돼 즉각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진다는 안심을 주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허위신고·오작동 등 비상벨 시스템의 총체적인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한·조율·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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