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엔 ‘빨간 벨’, 서울대입구역엔 ‘노랑 벨’…같은 區도 ‘제각각 비상벨’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8 11:53
  • 업데이트 2023-09-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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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각양각색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 설치된 안전비상벨(맨 왼쪽)에 아무런 문구나 표시 등이 전혀 없어 비상벨임을 알아보기가 힘들다. 이 외 중구, 마포구 등 다른 지역에 설치된 비상벨들의 디자인, 크기, 색상, 문구 등이 제각각이다.



■ 유명무실 ‘비상벨’ - (下) 식별불가 디자인 통일성 필요

아무런 표시 없이 버튼만 달랑
어린이보호구역과 색상겹치고
어르신, 가까이 봐야 인식 가능

서울시 전역 통일성 없이 설치
전단지에 가려 찾지 못 하기도


글·사진 =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이게 안전 비상벨이라고요? 여기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아무도 비상벨인지 모를 것 같은데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 최모(34) 씨는 신림역 8번 출구 인근 방범용 CCTV에 부착된 한 버튼을 보며 이처럼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비상벨 위치정보’에 따르면 해당 버튼은 위기 상황 발생 때 누르면 경찰과 연계되는 비상벨이다. 하지만 해당 비상벨은 가로세로 10㎝ 안팎 크기의 빨간색 사각통에 버튼 한 개만 붙어 있을 뿐, 비상벨이라는 안내 문구나 표시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최 씨는 “아무런 안내도 없으니 육안상으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버튼인지, 비상벨인지 용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며 “비상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이은 흉악 범죄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안전을 위한 비상벨 설치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비상벨의 디자인과 색상, 문구 등이 통일되지 않아 범죄 예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한 신림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내 위치한 비상벨 10여 개를 7일 확인한 결과, 비상벨의 크기, 문구, 디자인 등이 다른 경우가 최소 4개 발견됐다. 일부는 가로등에 붙은 전단지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다. 신고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 문구가 작거나 흐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비상벨임을 알리는 영어 문구나 비상벨을 상징하는 그림이 빠진 곳도 많았다. 신림역 인근 대부분의 비상벨 버튼이 빨간색인 데 비해 같은 관악구인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비상벨은 대부분 노란색이었다.

다른 자치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서초구 내 양재동, 내곡동, 서초동 등을 둘러본 결과 서초구 또한 비상벨 디자인과 색상, 크기 등이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초구 주민 김선재(46) 씨는 “평소에는 찾지 않다가 위기 상황에 급하게 찾는 것이 비상벨이니 눈에 잘 띄도록 규격이나 디자인을 통일하고, 비상벨 디자인을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악구 주민 고성득(34) 씨는 “영어나 그림이 없는 비상벨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다”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위급할 때 바로 비상벨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실효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비상벨 ‘표준형 디자인’을 개발하고 비상벨 대표 색상을 ‘코닥옐로(진한 노랑색)’로 지정하며 이를 순차적으로 적용해 비상벨에 대한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표준 디자인은 참조 및 권고 사항으로,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이 비상벨을 개별적으로 설치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달라졌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표준 색상으로 지정된 진한 노란색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란색 계열의 다른 표지들과 섞여 구별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관악구 주민 서경덕(22) 씨는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과속방지턱이나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CCTV 단속 표시 등 모든 표지판이 노란색이라 노란 비상벨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시민 안모(58) 씨는 “표지가 대부분 노란색이라 눈이 어두운 장·노년층은 가까이 다가가 글씨를 읽어야만 비상벨임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색상을 통일해야 한다면 비상벨임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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