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發 인플레 대응책도 혁신 강화[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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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지난주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올해 12월까지 감산을 연장한다는 발표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수입 원유 가격이 국내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2주 정도라고 볼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당장 배럴당 8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주요 기관들이 1%대 중반 정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지난 8월 3.4%로 급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 2차 인플레이션에서 더 나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의 두 거장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를 다시 소환한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두 경제학자 중 케인스는 정부 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슘페터는 혁신을 통한 공급 증대를 경제성장 정책으로 제시했다. 두 거장이 서로 다른 시기에 각광 받은 것은 처한 경제 상황이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물가와 경기가 모두 좋지 않은 전형적인 불경기였던 대공황 시기에 정부 지출 증대를 통한 경기 진작 정책을 주장했다. 반면, 슘페터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물가도 안정시키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혁신을 주장했다. 수요 증대 아닌 공급 증대가 경기회복 정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는 이 시점에 정부 지출 증가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악화 정책이다. 재정지출 확대 억제는 국가부채나 재정 건전성 우려 차원이 아니라,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미국과 높은 기준금리 차이만 아니라, 국내 물가 불안이 계속되는 한 기준금리 인하도 선택할 정책이 아니다.

반면에 정부는 재정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혁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를 통한 혁신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재정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규제 완화다. 역대 정부의 전봇대 뽑기와 손톱 밑 가시 뽑기, 그리고 현 정부의 킬러 규제 혁파 등 강력한 규제 완화 의지를 보여줬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식의 전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트업·신산업을 금지시킨 타다금지법이다. 인기리에 이용되고 있는 우버나 동남아의 그랩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혁신 경제가 우리나라에서만은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타다나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가 확산됐다면 교통요금을 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가 경제정책의 운용에 있어 물가와 경기회복 중 물가 안정을 우선적으로 택해야 하는, 고통스럽고 인기 없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에게 왜 재정지출을 억제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더욱 힘든 것은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정치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일이다. 정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과 후세대가 직면하게 될 국가경제의 장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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