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式 인식 오류 시정할 때[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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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명예교수·교육학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도화선으로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달아 안타깝다. 불행한 선택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소수 과격한 학부모들과의 갈등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교권의 위축과 침해에서 찾는 게 옳다고 본다. 교권이 침해되면 교육, 특히 학교교육의 기능이 훼손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교권 침해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인 교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이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정치권은 교권 보호를 골자로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며 부산을 떨더니 논의 하루 만에 야당이 구체적 법안의 개정을 문제 삼아 교권 보호 외면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은 중요하지만, 이런 식의 해결책은 결국 ‘땜질(patch work)’ 수준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문제가 되는 교권 침해 현상의 배경을 분석하고 그 해결을 위한 인식의 전환을 몇 가지로 제언해 본다.

우리 교육계에서 ‘교권 침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배경은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교육청에 의해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다. 학생인권조례는 그 후 광주·서울·전북·충남·인천·제주 순으로 확산돼 시행 중인데, 학생을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학생 인권 강조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물론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학생인권조례에 전제되고 내포된 교육·학교·교사에 대한 인식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주된 내용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휴식권’ 등인데, 이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제약한다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만일 이 같은 인식의 주체가 특정 교육감 또는 정치집단이라면 그들이 벌이는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 논의는 가식에 불과할 것이다. 구호로 외치는 교권 보호에 앞서 교사를 진정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관점 변환이 절실하다.

이와 아울러 훈육을 죄악시하는 편견도 시정돼야 한다. 훈육과 교육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훈육은 분명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훈육의 궁극적 목적은 외적 통제를 통한 자율의 신장이지, 강압이나 규제 그 자체가 아니다. 훈육을 구시대의 악습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입법을 담당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입안, 실행할 때 교권 보호는 한낱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교사와 교원단체 또한 교권 침해 현상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에 대해 동조하는 교사가 많지 않았으며, 심지어 특정 교원 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끝으로, 여야는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교권 보호 입법에 진지하게 임해 주기를 촉구한다. 정쟁을 앞세우며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이는 불행한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교사들의 희생을 욕되게 하는 일임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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