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과 세계 경제[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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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화의 진원지를 꼽으라면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 경제, ‘잃어버린 30년’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는 일본 경제,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인도 경제 등일 것이다. 이들 3개 경제의 움직임은 환율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통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은 경제 현상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외교 현실까지 시시각각 반영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끈다.

최근 미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의 흐름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최대 격변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7엔대까지 올라간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148엔대) 이후 가장 높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48엔대를 상향 돌파하면 곧바로 1990년 이후 3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많은 해외투자은행(IB)은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최근 위안·달러 환율도 7.34위안대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 경신을 넘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위안·달러 환율이 역외 위안 시장이 생긴 2010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 25일 기록(7.3749위안)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세계 경제의 ‘스타’로 부상한 인도의 경우에도 최근 루피·달러 환율이 급등해 인도중앙은행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은 ‘킹달러의 귀환’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러나 킹달러의 이면에 존재하는 각국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일부에서 경제 위기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중국의 경우 환율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같으면 부동산 시장 붕괴와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과감한 금리 인하와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을 단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이전처럼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환율이 거론된다. 위안·달러 환율이 그렇잖아도 사상 최고치 경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돈 퍼붓기’에 나섰다가는 위안·달러 환율이 로켓처럼 치솟을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중국과는 형편이 다르다. 오랜 세월 천문학적인 돈 풀기에 적응해서인지 엔화 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어려움을 겪기는커녕 ‘잃어버린 30년’에서 점차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앞으로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갈 길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경우 아직까지는 환율 상승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요국 통화 가치의 급변은 세계 경제에 밀려오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암시하는 전주곡(前奏曲)일 수 있다. 앞으로 엔·달러 환율 150엔, 위안·달러 환율 7.38위안이 위쪽으로 뚫린다면, 원·달러 환율도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에 불어닥칠 수 있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상황별 대응책을 미리 점검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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