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선거 공작’ 몸통 재수사 당위성[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4 11:37
  • 업데이트 2023-09-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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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정권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에 관한 결심공판이 기소 이후 3년8개월, 부정행위가 있은 지 5년여 만에, 1심 판결 날짜는 오는 11월 29일로 잡혔다. 공직선거에 대한 재판은 시간의 중요성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하지만,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지연 사태가 일어나 피고인 당사자들의 공직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윗선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2021년 5월 첫 공판 때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을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경쟁자인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의 비리 첩보 문건에 대해 경찰에 표적 수사를 지시했고, 송 후보의 공약 지원을 위해 김 시장 병원 공약 예비 타당성조사 탈락을 선거 직전에 공표했으며, 송 후보의 당 공천 경쟁자를 회유하기 위해 ‘자리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문 정권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사실 재임 기간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탄핵감이었다.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35번이나 언급됐는데도 기본적인 사실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송 전 시장과 ‘30년지기’이자 ‘평생의 동지’라는 문 전 대통령은 ‘송 시장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도 했다.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은 송 전 시장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병원 공약 예타 문제와 당 공천 경쟁 후보의 회유 등에 관여한 혐의가 있고, 당시 청와대 8개 부서가 개입한 것으로 보아 강한 의심이 들지만,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정부의 최상위 권력이 개입했을 정황적 증거는 명백함에도 사건 수사는 꼬리 자르기와 온갖 지연 공작으로 축소 왜곡됐다. 문 정부는 청와대·법무부·검찰과 정부 관련 부서, 심지어 사법부까지 체계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했다. 검찰은 2020년 4월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수사와 기소에 소극적 자세로 임했고, 임종석과 조국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더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담당 검사들을 좌천성 인사했으며 공소장도 비공개했다.

게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노골적인 재판 지연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재판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의 공소 제기 이후 1년 넘게 공판 준비 절차만 계속되다가 2021년 5월 정식 공판이 열린 뒤 2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3개월 동안 공판 준비기일만 6차례 진행하면서 지연시켰다. 조국 등 문 정부 인사 관련 재판에서 사법부 판결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기도 했다.

울산시장선거 불법 개입 사건은 문 정권의 권력 남용과 도덕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탈북자 강제 북송 등의 다른 사안들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부정선거 개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투사’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유린했다. 피고인들이 ‘정치검찰’을 비판하고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그 이중성과 위선을 개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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