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푸틴 밀거래 역이용할 발상의 전환[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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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벽 前 駐러시아·우크라이나 대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상호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 회담을 했다. 4년5개월 전 북·러 회동 당시 러시아가 중재자처럼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 대화를 잘 진행해서 북핵 문제를 풀어 가라고 훈수를 두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다.

이번 회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로 인해 서방이나 유엔으로부터 고립된 양국이 서방 패권주의에 대항한다는 명분 아래 결속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고립 탈피와 절실한 지원 기회를 붙잡기 위해 평양으로부터 2300㎞ 열차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푸틴은 ‘우주 개발을 돕겠다’고 화답하며 자신이 야심 차게 세운 우주기지를 김 위원장과 함께 둘러보고 회담과 만찬을 했다. 양측은 사전 예고대로 ‘군사기술 협력’ ‘경제 협력’ ‘인도적 지원’ 등에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회담 직전 단거리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시켜 러시아를 뒷배 삼아 안보리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의지까지 내보였다.

양측은 북한이 가진 탄약 등 군수물자 지원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등 러시아 측이 언급한 대로 “공개되면 안 되는 민감한 문제들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700만 발의 포탄이 필요한 데 비해 자국 생산량은 250만 발밖에 되지 않아 포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울 북한 노동자 파견,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연료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주요 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하바롭스크 인근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 시찰에 이어 극동함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후속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의 공·해군력 증강을 지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푸틴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등 북한과 밀착 행보를 통해 한·미·일의 연대에 대항하며 동북아에서 북한을 부추겨 신냉전 대결 구도를 형성, 한반도 안보 지형을 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북한의 수차례 미사일 도발과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대해 안보리에서 경고하고 저지하려는 새로운 제재 결의 논의 때 한·미의 확장억제력이나 연합훈련을 이유로 무산시키기를 반복했다.

향후 러시아의 대북 무기 거래나 군사 기술 전수가 밝혀진다면 러시아는 거부권이라는 특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체제의 붕괴 자초를 회피하려 하겠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대처를 위해 쌓아온 안보리 결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자칫 북한의 재래식 도발을 부추기며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안보 상황 악화도 재현시킬 수 있다.

한편, 러시아 외교차관은 러시아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지향한다면서 회담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런 만큼 설명 후 평가가 있어야겠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 러시아식 논리나 기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북·러 밀착 행보가 앞으로 계속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주게 될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도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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