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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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를 본 일이 있는가? 씨를 뿌리고 길러 수확하는 농부가 아닌 이상 겨자씨를 보았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겨자 잎과 겨자씨로 만든 소스는 흔하다. 쌈 채소가 모둠으로 나온다면 쌉싸름한 맛이 도는 잎을 찾으면 된다. 자줏빛이 진하다면 적겨자이고 녹색이면 청겨자이다. 냉면집에 갔을 때 살짝 뿌려 먹는 것, 혹은 오리고기 등을 먹을 때 찍어 먹는 노란 소스인 머스터드가 바로 겨자이니 우리 일상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성경에 따르면 겨자씨는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성경에서는 믿음이 부족할 때 ‘겨자씨만 한 믿음’이라 표현하는데 작으면 작을수록 맥락에 맞으니 가능한 한 작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겨자씨를 보면 크기가 그리 작지 않고 이보다 작은 씨앗도 많으니 성경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자라 나무가 된다는 성경의 표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겨자는 풀이지 나무가 아니다.

그러나 성경을 이리 읽고 해석했다가는 목사님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니 그 맥락을 잘 따져야 할 것이다. 겨자를 한자로 써 놓은 ‘芥子’도 연원을 잘 따져 읽어야 할 것이다. 이 한자는 아무래도 ‘개자’라고 읽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겨자’라 읽는다. 중국어를 직접 차용해 발음하다 보니 우리의 한자음과는 달라진 것이다.

우리말을 뒤져 보면 한자로 쓰지만 중국어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꽤 많다. ‘백채(白菜)’라 읽어야 할 ‘배추’, ‘가자(茄子)’라 읽어야 할 ‘가지’, ‘기(箕)’라 읽어야 할 ‘키’ 등이 그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한자를 공유하고 있고 그것의 발음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처럼 생활에 밀접한 것들은 직접 접촉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많은 까닭이다. 겨자씨보다 조금 크게 눈을 뜨고 이런 말들을 찾아보면 꽤 많아서 모아 보면 나무처럼 커 보이기도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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