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이전과 오클랜드 교훈[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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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프로농구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이 이전을 승인한 지 열흘 넘게 지난 지금도 전주시 홈페이지에는 KCC 이전에 대한 서운함과 동시에, 이를 막지 못한 시의 늑장 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KCC 관련 제품의 불매운동 이야기도 나온다. 전주시 농구팬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2001년 KCC가 대전 연고의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해 전주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22년. 그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례나 우승했고, 이상민·추승균·조성원·하승진·허웅 등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키면서 최고의 명문 팀으로 성장했으니 오죽하랴.

그러나 알려졌다시피 깊고 오랜 인연은 사소한 다툼 하나로 부질없이 깨졌다. 전북대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이유로 KCC에 홈구장으로 쓰는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워 달라고 한 게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앞서 오래전부터 신축 체육관 마련 문제로 전주시와 실랑이를 벌였던 KCC는 “더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부산으로의 이전을 강행했다. 감정이 상했고 팬들은 분노했다.

프로 스포츠의 본고장 미국에도 프로 팀의 연고지 이전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뉴스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한 애슬레틱스는 1968년부터 오클랜드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홈구장인 콜리시엄이 너무 낡아 새 경기장을 궁리해 왔고, 결국 2027년까지 라스베이거스로 옮기기로 했다. 애슬레틱스 구단이 50여 년의 인연을 저버린 듯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을 때 오클랜드시는 전주시와 똑같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오클랜드시는 그럴 만한 빌미를 제공한 듯하다. 애슬레틱스뿐 아니라 오클랜드에 연고를 뒀던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비슷한 문제로 2019년 샌프란시스코로 둥지를 옮겼고, 미국프로풋볼(NFL) 오클랜드 레이더스도 2017년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몰이해와 안이한 행정 속에 오클랜드는 스포츠 연고 팀 하나 없는 삭막한 도시가 돼 버렸다.

국내 프로농구에도 연고지 이전 사례는 허다하다. 현재 10개 구단 중 1997년 프로리그 출범 당시 연고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원주 DB, 창원 LG, 안양 KGC인삼공사 등 3곳뿐이다. 나머지 7개 구단은 어떤 식으로든 연고지를 옮겼다. 그때마다 KCC와 똑같은 갈등과 대립이 되풀이됐다. 낡은 경기장 문제, 연고지의 늑장 행정, 팬들의 비난 등의 과정이 판박이처럼 재현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반 kt(코리아텐더)가 여수에서 부산으로 떠날 때는 서로 훈훈하게 덕담하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지방자치단체와 프로 팀이 상생한 케이스다.

KCC를 대신해 전주시에 조언하고 싶다. 섭섭함과 울분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매달리거나 윽박질러봐야 소용없다. 프로 스포츠의 공공재적 성격을 좀 더 고민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전주시가 행여나 오클랜드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원한다. 전주엔 아직 축구 명문 전북 현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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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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