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별이가 전학온지 한달… 아이들도 ‘다름’ 보듬게 됐죠”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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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별이 캐릭터를 공개한 이지현 PD는 “이제 걸음을 뗐을 뿐이다. 별이에게도, 주변이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BS제공



■ 국내 첫 자폐캐릭터 등장시킨 ‘딩동댕유치원’ 이지현 PD

전문가와 1년간 다듬어온‘별이’
주변인 아닌 일상속 주인공으로
美·英 유아프로 비해 늦게 등장

최근 관심가지는 분야는 성교육
민감하지만 꼭 다뤄야할 이야기
교실안 모두가 행복한 생활해야


18일, 별이가 ‘딩동댕 유치원’에 전학 온 지 딱 한 달이 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별이는 조금 특별한 아이다. 교사는 친구들에게 별이의 그런 ‘다름’을 이해시켰다. 그러자 아이들은 편견 없이 별이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우려도 있었다. 자폐아에 대한 또 다른 왜곡된 시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부적절한 보도자료 문구 때문에 비판 보도와 시청자들의 항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첫 방송 후 시청자 김*옥 씨는 ‘딩동댕 유치원’ 시청자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기사를 보고 항의 글을 올렸던 교사이자 자폐 아이의 엄마인데 오늘 별이 편을 보고 한참을 울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해가 풀렸습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EBS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한 자폐 아동 캐릭터 별이.



EBS ‘딩동댕 유치원’에 전학 온 별이는 국내 최초로 소개된 자폐 아동 캐릭터다. 미국 ‘세서미 스트리트’와 영국 ‘토마스와 친구들’이 각각 2017년, 2022년 자폐를 앓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었다. 하지만 연출자인 이지현 PD는 서두르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1년간 별이를 매만졌다. 그리고 별이가 공개된 지 한 달, 세상은 별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15일 이 PD에게 물었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고 운을 뗀 이 PD는 “시청자 게시판이나 SNS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다행이다. 정신의학과 교수, 특수학교 교장 등의 조언을 받고 있는데 아직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별이가 세상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듯 주변인들이 별이를 이해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별이에게는 ‘일상’이 생겼다. 매일 딩동댕 유치원에 등원한다. 별이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하지만 이 PD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별이를 일상 속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한다. 그가 주변 인물에 그치지 않게 하려는 속내다. 이 PD는 “별이를 주인공으로 한 대본을 쓰고 있다. 훨씬 더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별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 등 몇 가지 특징을 내세웠다면, 이제는 보다 정교하게 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딩동댕 유치원’을 맡기 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2012), ‘교실이 달라졌어요’(2013) 등을 연출한 이 PD는 누구보다 ‘교실 안 생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최근 불거진 교권 추락 논란이 못내 가슴 아프다. “아이와 선생님, 양쪽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이 PD는 누구의 손도 쉽게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회적 여건 마련과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이 PD는 “독일 등 유럽은 통합 학급을 운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각 아이들에게 맞는 분리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분화된 영역을 담당하는 특수교사가 많아져야 한다. 한 명의 담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책임지라는 식은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 개개인의 노력에 앞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다시금 분리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생과 교사를 모두 생각하고, 학교와 사회를 잇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PD가 요즘 관심을 갖는 또 다른 분야는 성교육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터부시되는 영역이다. 감추기 급급하니 잘못된 성 관념이 싹튼다. 관련 교육이 유아 단계부터 필요하다는 이 PD는 “조심스러운 소재인데, 현재 기획 중이고 여러 곳에 자문하며 조언도 구하고 있다. 유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템부터 접근해 보자는 취지”라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지만 민감해서 다루지 못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올해 준비해서 내년 1∼2월에는 방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PD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별이에 앞서서도 지체 장애를 가진 하늘이, 다문화 가정의 마리 등을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시키며 공존을 이야기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의미 있는 행보를 걷는 이 PD는 정작 “아직 멀었다”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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