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4인방’때문에…대전 극단 선택 교사 후임도 교권 침해, 10일 만에 그만둬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9 15:42
  • 업데이트 2023-09-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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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숨진 대전 교사 빈소 모습.



2019년 숨진 교사 병가 당시 후임 35년 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 증언
학생의 ‘북대전 IC팔’ 반복 욕설 들어…“건들지 마라는 관리자 조언도 받아”


대전=김창희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병가를 낸 사이 후임으로 왔던 35년 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조가 밝힌 기간제 교사 A씨 증언에 따르면 35년 차 경력을 지닌 A씨는 2019년 11월 당시 이른바 ‘문제 4인방’인 4명의 학생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당시에 담임을 맡았던 숨진 교사가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에 들어간 사이 기간제 교사로 담임을 맡아 근무했다.

애초에 근로 기간을 한 달 반으로 계약했지만, A씨 역시 같은 이유로 10여일만에 그만둬야 했다.

학급 첫인상이 아직도 기억난다는 A씨는 “보통 1학년 학급은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당시 학급은 문제로 거론되는 ‘4인방’의 기가 너무 세서 다른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출근한 첫날 관리자 등이 B학생을 비롯한 나머지 문제 학생들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B학생은 뭘 해도 내버려 두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특정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

A씨는 “B학생에게 교과 내용을 지도하던 중 B학생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북대전 IC팔, 북대전 IC팔’이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며 “내가 ‘너 욕했니?’라고 물었더니, B학생은 ‘그냥 북대전 IC를 이야기한 거예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충격으로 A씨는 당시 B학생의 교과 지도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이 밖에도 ‘4인방’ 중 한 학생이 다른 친구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으며 괴롭히는 행동을 하자 따로 불러 지도를 한 A씨는 관련 일로 학부모 민원을 받아야 했다.

A씨는 관리자로부터 해당 일로 학부모가 기분 나빠한다고 전달받았다.

A씨는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35년 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드셨을 만큼의 고통을 고인이 된 선생님은 혼자 감내하셨다”며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고 선생님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와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에 대한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고인이 된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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