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끝난 뒤 아들 친구 8명 앓다가 다 죽어”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0 11:59
  • 업데이트 2023-09-20 12:45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지난 4월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모습. 연합뉴스



탈북민들 회견서 생생 증언

“외아들과 어울리던 친구들 8명이 하나둘씩 결핵 진단을 받아오더니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들 죽었습니다. 아들도 같은 병에 걸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을 살릴 길이 없어 탈북 길에 올랐습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 이영란 씨의 증언이다. 이 씨 등 길주군 출신 탈북민 4명은 북한자유주간 사흘째인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국제PEN망명북한센터 주관으로 열린 구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증언했다. 이 씨는 “2006년 첫 핵실험 때는 몰랐는데, 2013년 3차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니 장마당에서 ‘미국놈들이 꼼짝 못하겠구나’ 하며 다들 기뻐했다”며 “한국에 와서야 핵실험이 사람들 몸에 이렇게 나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핵실험장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을 수원지로 삼고 있어, 길주군 주민들 모두 핵에 피폭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이 씨의 증언이다.

이날 탈북민들이 핵실험 피해 사례를 증언하는 자리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의장을 비롯한 국내외 대북 인권 운동가들과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 대사는 “풍계리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핵실험 관련 장소들에서도 방사성 물질 유출과 오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외에선 풍계리 인근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을 계속 제기해 왔지만, 북한 당국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과학적 조사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은 800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많은 수가 만성 두통·백혈구 감소증 등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현재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89명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쯤 검사를 마치고 이르면 연말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