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적임 잣대는 ‘사법 정상화’[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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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변호사,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대법원장 임명에 국회 표결이 필요하므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24일까지 절차가 끝나지 못하면 대법원장 공석 상태가 된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비슷한 시기여서 야당 의원들의 불편한 심기가 임명동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대신 김 대법원장이 6년간 재직하는 동안 크게 왜곡된 사법을 정상화하는 데 적임자인지 여부로 대법원장 후보자를 평가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의 가장 큰 실책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역사상 최악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이념 편향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를 중용했기 때문에 국민은 자신의 재판이 어떤 성향의 판사에게 배당됐는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리고 재판이 법률과 법관의 양심이 아니라, 법관이 어느 진영에 속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이 같은 사법 불신을 없애려면 새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김 대법원장의 재임 중 2년 이상 소요된 1심 민사합의부 사건이 2017년 3000건에서 2022년 5000건으로 67% 늘었다.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 형사소송은 2배로 늘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해 판사들이 열심히 일할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법원장을 선출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판사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격려해야 할 법원장을 판사들이 뽑으니 법원장 후보자가 후배 판사들에게 쓴소리로 독려할 수 있겠나. 재판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헌법상 대법원장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다. 법관 3000명과 법원 직원 임명권을 가지고, 10년마다 법관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헌법재판관·국가인권위원 지명권도 행사한다. 모든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 임명권도 가진다. 새 대법원장은 취임 후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덕망 있고 정파 중립적인, 존경받는 법조인이 대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 후보자의 판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다. 2019년 고법 부장판사로서 이 후보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엎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는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아서는 안 되고 시위 현장에서 과잉 살수(撒水)가 방치되는 실태를 파악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집회의 자유에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 또, 그는 틱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해, 과거에 장애를 의학적 판단으로만 평가하던 것을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약자들이 사회보장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폭넓게 해석하는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이 후보자는 정통 법관이다. 흐트러진 법원을 추슬러 실력 있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강한 법관들을 법원의 전면에 내세워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국회가 구태의연한 정파적 논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법관을 법원의 수장으로 맞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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