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머스크 활용법[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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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 빅테크 기업 설립자나 CEO는 미국 대통령이나 유엔 사무총장보다 더 높은 지명도와 영향력을 가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인 빌 게이츠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주요 발언은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해외 방문 때도 취재진의 주목을 받는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빅테크 분석 보고서는 아마존과 MS를 미국의 국가적 챔피언으로, 애플과 구글은 글로벌리스트로 규정하면서, 머스크와 저커버그를 ‘테크노 유토피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아마존·MS가 미국 중심적이라면 애플·구글은 세계 시장을 우선시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테크노 유토피언으로 불린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길은 최근 뚜렷이 갈라졌다. 저커버그가 메타에 집중하면서 글로벌리스트로 기운 반면, 머스크는 화성 진출 등 우주 비즈니스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엔 스타링크를 발판으로 테크노 파워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통신위성 4500여 개로 구성된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망이 우크라이나에 인터넷을 제공해 전황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그가 크름 반도에 위성망을 제공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최근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평전’에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스타링크 위성망을 끊으면 전쟁의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그가 변덕스럽고, 독단적인 데다 충동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인의 결정에 대해 미국이나 유엔 등이 제재하기도 어렵다. 머스크는 테크노 파워를 바탕으로 지구를 넘어선 우주의 권력자가 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 머스크를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 지역 내 완성 전기차를 위한 기가 팩토리 투자를 요청했다. 그런데 한반도에 급한 것은 기가 팩토리보다 스타링크 위성망 활용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실시간 감시와 함께 북한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세상과 북한을 연결시키는 것인데, 머스크가 결심하면 북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우주 시대 북한을 고립된 섬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주인 머스크를 설득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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