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흉상 논란 화근은 文[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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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역사이념 전쟁으로 비화한 육사 독립영웅 흉상 이전 논란의 원인 제공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째, 육사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었음에도 흉상 제작 의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구체적 문서 등 기록이 남아 있는 게 없다. 도대체 5년 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년 만에 대통령이 임석하는 육사 졸업·임관식(2018년 3월 6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청와대 지시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흉상 설치 작전’이 강행됐다. 생도들이 교육받는 충무관 중앙 현관 정면에,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이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 준수 없이 불과 20여 일 만에 ‘졸속 설치’됐다.

둘째, 문 정부는 동상·흉상 설치 관련 육사의 전통과 관행을 무시했다. 육사는 1946년 개교 이래 학교 설립 기여자(밴플리트 장군), 6·25전쟁 전사자(심일), 월남파병 순직자(강재구), 군인정신의 표상(안중근) 등 4명 외에는 동상 및 흉상 설치에 신중을 기했고, 정치적 요소 개입을 거부했다. 육사 교육과정은 과거 특정 시점 선열들의 정신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셋째, 인물 선정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논란거리다. 항일무장투쟁 공적에도 불구, 종국에는 연해주 독립투쟁의 맥을 끊게 한 ‘자유시참변’에 깊숙이 개입한 데다, 뼛속까지 소련 공산당 이념에 물들고, 소련군 제복과 레닌이 준 권총을 형상화한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설치는 당시에 논란이 많았지만 밀어붙였다. ‘군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국군 이념에 배치된다. 넷째, 육사 독립영웅 흉상 설치는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 때 문 전 대통령이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문 정부의 죽창가, ‘반일 선동·친일 프레임’의 상징물로 흉상이 설치된 의혹이 짙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은 국방부 업무보고에 앞서 2017년 8월 14일 문 전 대통령에게 “육사 모체를 친일파 우글거린 군사영어학교로 하는 것은 잘못, 자존심 문제”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월북 후 김일성 정권 국가검열상·노동상을 지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할 정도로 국가 정체성과 보훈에 무지를 드러냈다.

다섯째, 육사의 모체인 군사영어학교를 ‘친일 프레임’을 들이대 육사 역사에서 지우려 했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역사 왜곡이다. 미군이 설립하고 미군 교관 등에 의해 육성된 군사영어학교, 육사의 전신인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 등이 주축이 돼 6·25전쟁 직전 8개 사단 9만5000여 명의 국군이 육성됐기에 북한 남침이 저지됐다. 광복군 출신 이범석 초대 국방부 장관은 “일본군에 충성한 것을 속죄하고 민족에 참회하는 차원에서라도 군대에 들어오라”며 신태영-응균 부자(父子) 장군 등 우수한 일본군 출신 고급 장교들을 설득, 창군에 끌어들였고 이들은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웠다. 광복군 출신이 당시 일본군 출신 장교들을 민족반역자라며 배제했다면 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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