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명령이 명백한 불법 아니면 절대 복종” 판례[팩트체크]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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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 전 해병수사단장 항명사건

박대령측 “수사 관련 지시 불가”
법무관실 “지휘·감독권한 있어”


지난 7월 19일 수해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여부를 놓고 박 대령 측과 국방부 법무관실 간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군사법원이 과거 “명백한 위법이 아니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문화일보가 군사법원의 판례를 확인한 결과 고등군사법원은 1996년 7월 23일 “부하는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불법한 내용’이 아니라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며 “명령의 수령자는 명령의 당·부당에 대해 심사할 권한이 없다. 군사상의 명령은 신속하게 수행될 것을 생명으로 하기에 수령자는 그 명령이 명백히 위법이 아닌 한 그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함이 없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96노145)고 판결했다.

앞서 박 대령 측은 “장관과 사령관은 수사에 관해 어떠한 지시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관실은 “‘국군조직법’ ‘군인복무기본법’을 근거로 장관은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자·감독자이며, 사령관은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돼 있는 부대의 장으로서 소관 군사경찰 직무를 관장하고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며 ‘수사단장의 고유권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대령 측은 “장관 및 사령관으로부터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시가 위법하기에 따를 의무가 없다”며 항명죄 불성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명죄 성립 여부는 박 대령 측 주장대로 장관 및 사령관의 지시가 ‘명백한 위법’인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한편, 박 대령과 국방부 측은 건건이 부딪히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수사 결과 이첩 보류 지시를 박 대령이 무시했다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박 대령을 보직해임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죄로 입건, 수사 중이다. 이에 박 대령은 대통령실 외압까지 주장하며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세부 사실관계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은 “명시적 정상적 절차 따라 장관·사령관 등으로부터 ‘이첩 보류 지시’를 수명(受命)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김 사령관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서 최소 4차례 명확히 이첩보류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이 장관이 이미 결재한 뒤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방부 법무관실은 “문서 결재 후 관련 지침 변경에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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