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 몰카했는데 ‘무죄?’…법원 “화장실 이용, 성교행위 아냐” 무죄 판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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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성적 수치심 유발" 유죄 판결
2심 "화장실 몰카 영상, 성 착취물로 확장해서 법률 해석하면 안돼"


아동 및 청소년 출입이 잦은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촬영한 범행이 ‘성 착취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5년간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9월 상가 여자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47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을 위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와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천장을 뚫은 혐의(재물손괴)에 더해 성 착취물 800개를 소지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상당한 수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해 제작한 영상물은 성 착취물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성적 행위 없는 화장실 이용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해 화장실을 그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은 성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A씨에 대한 성 착취물 제작 범행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별개로 화장실 이용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또 화장실 몰카 영상을 성 착취물로 확장해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결국, 성 착취물 제작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 범행 피해자 중 상당수는 아동·청소년이었으며, 거의 매일 건물에 출입해 촬영물을 확인한 피고인으로서는 이와 같은 사실들을 익히 알았을 것임에도 범행에 계속 나아갔다는 점에서 죄책이 더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 착취물 제작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점과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해 형량을 감경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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