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유로 이혼 못하는 내가 바보 같이 느껴져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10-04 08:55
  • 업데이트 2023-10-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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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남편과 13년을 같이 살았고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남편이 대화도 전혀 통하지 않고, 늘 저를 통제하려고 합니다. 생활비와 제가 쓴 돈에 대해 모든 항목을 점검하면서도, 저는 남편의 월급을 궁금해하거나, 본인이 술을 마시느라 늦게 들어오거나 집을 비우는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입니다.

경력단절녀로서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데 자격증이나 국비지원을 신청해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허락하지 않고, 제가 느리고 눈치가 없어서 사회생활을 못할 것이라고 얘기하니 진짜 그런가 싶습니다. 시댁의 대소사와 시부모님 병원은 제가 다 챙기고 있고요.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인 편이니까 참고 살라고 하는 친구도 있는데, 한 푼도 제 마음대로 못 쓰는 상황에서 경제적 안정이 무슨 소용인가 싶고 이혼도 결정 못 내리는 제가 바보같이 느껴집니다.

이혼도 행복위한 선택… 긍정적 경험 기억하고 원하는 대로 하길

▶▶ 솔루션


이혼은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이혼을 쉽게 결단 내릴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입니다. 가끔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옳은 것이고, 고민을 오래 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이 열등한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을 보면서 깜짝 놀랍니다. 우리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가 있고, 수백 번 고민해 봐도 후회될 수 있는 것이 이혼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시점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점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남편의 수입이 얼마냐보다 실제로 내 의지를 갖고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가 삶의 만족감과 더 깊은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것은 향후 어떤 결정을 하든, 하지 않든 손해 보지 않습니다. 이혼을 하면 당연히 홀로 서는 데 도움이 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더라도 남편과의 관계에서 “내가 언제든지 혼자서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남편은 아내가 자기 통제권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것 아닐까요? 일단 남편이 나를 비하하는 말에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장점과 긍정적인 경험을 기억하고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남편과의 대화에 있어,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남편의 통제 불안을 자극하지 않고 가볍게 얘기하는 것이 나의 일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조달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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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선택할 때 이유가 있었듯이 이혼 역시 행복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당연히 긴 시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혼 후에 더 행복하게 살려면, 결혼 생활에 대해서 “그래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 해볼 만큼 해봤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하려면 지금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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