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롱이’는 갱생하지 못했다[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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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소위 ‘역대급’ 드라마로 불리곤 합니다. 당시 신인이었던 출연 배우 박해수, 정해인, 김성철, 박호산, 이규형 등이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으며 줄줄이 주연급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죠.

이 중 이규형이 연기했던 ‘해롱이’가 요즘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역할 명에서 알 수 있듯, 해롱이는 약물 투약 혐의로 복역하던 마약사범이었죠. 약을 끊으려 감기약조차 거부하던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만기 출소를 앞둔 그는 면회 온 연인에게 “교도소에서 나오는 것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니까 부대찌개 집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결국 오지 못했습니다. 해롱이는 출소 후 가족들과 만나기 전, 자신에게 처음 약을 권한 마약상을 만나 욕설을 퍼붓는데요. 그러나 결국 약이 담긴 주사기를 보고 잠시 고민하더니 또다시 투약하죠. 이는 함정수사였고, 해롱이는 출소 당일 다시 체포됩니다.

이 방송 직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지지하던 시청자들의 원성이 높았죠. 인기 캐릭터였던 해롱이에게 갱생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제작진에 대한 원망이었는데요. 하지만 마약으로 얼룩지며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됐던 ‘버닝썬 게이트’에 이어 또다시 연예계 마약 논란이 불거지며 “현실을 반영한 전개였다”고 재평가받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은 K-콘텐츠 시장을 대표하는 한류스타인데요. 엄청난 인기와 부를 누리던 그들의 행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그들을 믿고 지지하던 대중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27일 지드래곤은 “마약을 투약한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반박했는데요. 하지만 그가 지난 2011년 대마를 흡입해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당시 검찰이 “초범인 데다 흡연량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아울러 관계당국의 이 같은 솜방망이 대처가 일탈의 허들을 낮추고 도덕적 해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해롱이가 출소하던 날, 그의 어머니는 가게를 닫고 ‘금일 휴업, 아들이 출소합니다. 축하해주세요. 사람답게 다시 잘 키우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는데요. 하지만 ‘다시’라는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죠. 자발적 극복 의지를 꺾는 마약의 중독성을 경고한 장면인 셈인데요. ‘우상’(Idol)이라 불리며 대중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스타들의 마약 범죄가 더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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