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허리[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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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長魚)나 광어(廣魚)는 참으로 원색적인 이름의 물고기이다. 길게 생겨서 장어이고 넓게 생겨서 광어이니 말이다. 눈이 한쪽으로 쏠린 광어의 생김새가 괴기하기는 하지만 팔다리가 없이 기다란 뱀과 비슷한 장어는 혐오스러울 만도 하다. 그렇지만 몸에 좋은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보니 그 생김새는 잊고 많은 사람이 잘 먹는다. 그런데 중국을 방문했다 길고 가는 물고기 요리가 있어 맛있게 먹고 났더니 장어가 아니어서 기겁을 한 경험이 있다.

드렁허리, 이름이 낯설지만 ‘논두렁 헐이’로 이해하면 편하다. 생김새는 장어 비슷한데 논에 살면서 논두렁을 넘어 다녀도 될 텐데 굳이 논두렁을 뚫고 다녀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멍 난 논두렁으로 물이 빠지면서 결국 논두렁이 허물어지니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중부 지역에서는 ‘웅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해서 강물에 사는 웅어와 헷갈리기도 한다. 생김새는 뱀과 장어를 섞어 놓은 듯한 데다가 하는 짓도 이러니 전혀 사랑을 못 받는 물고기이다.

장어가 건강식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넘치는 활력 때문이다. 잡아서 양동이에 담아 놓으면 꼬리의 힘으로 도망갈 정도이니 특히 남자들이 꼬리에 침을 흘린다. 드렁허리의 활력 또한 이에 못지않다. 생김새나 하는 짓이 미워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국내에서도 간간이 음식이나 약으로 먹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식재료를 맛이 아닌 외양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맛은 혀와 코로 즐기더라도 눈으로 즐기는 맛까지 더해지면 나쁠 것은 없다. 이런 이유로 드렁허리도 식재료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지만 혹시라도 건강식으로 소문날까 걱정이다. 게다가 누군가 이름에 착안해 ‘허리’에 특효라고 광고하면 씨가 마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김새로 논두렁을 헐며 살아가는 드렁허리도 같은 땅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으니 공존해야 할 존재인데 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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