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는 역할마다 ‘찰떡’… 결핍을 희망으로 채우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08:59
  • 업데이트 2023-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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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출연 중인 ‘무인도의 디바’ 속 박은빈.



■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박은빈

‘우영우’ 이후 선택한 첫 배역
‘서목하’의 삶 살며 인기몰이
무인도 갇혀 꿈 키우는 인물

‘브람스’ ‘연모’서도 역경극복
다름 넘어 다채로움 보여줘


“세상이 달라지게 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4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박은빈의 소감이다.

세상에는 소외된 이들이 많다. 그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은 오랫동안, 켜켜이 쌓였다. 그래서 쉬 바뀌지 않는다. 대신 박은빈은 긴 호흡의 작품을 통해 아주 천천히, 조금씩 그런 시선을 깨는 과정을 밟고 있다. 편견이라는 ‘치우친 마음’이 아니라 포용이라는 ‘친절한 마음’을 가지라는 권고다.

박은빈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심리학 전공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라는 질문에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지,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건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가 자신을 이해하고 작품을 고른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박은빈이 선택한 캐릭터는 그와 ‘찰떡 같았다’는 평을 받곤 한다.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박은빈은 알고 있다.

박은빈은 편견에 부딪힌, 결핍 있는 인물의 속을 채우길 즐긴다.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맡은 ‘스토브리그’(2019)가 시작이었다. 무례한 선수를 향해 “선은 니가 넘었어”라고 외치던 장면은 편견에 당당히 맞선 그의 캐릭터를 명징하게 드러냈다. 이듬해 출연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에서는 4수 끝에 음대에 입학한 늦깎이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를 연기했다. “채송아입니다”라는 자기소개가 “죄송합니다”로 들린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부모의 반대 속에도 과외로 레슨비를 벌며 바이올린을 켜는 악바리다. 사극 ‘연모’(2021)에서는 왕가에서 태어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이휘로 분했다. 박은빈은 죽은 쌍둥이 오라비 대신 남장을 하고 세자의 삶을 살지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랑을 찾아가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모’ ‘스토브리그’ 속 박은빈의 모습.



지난해에는 운명의 작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났다.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세상에 맞서는 모습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수많은 이를 향한 세상의 시선을 바꿨다. 박은빈은 ‘다름’을 넘어 ‘다채로움’을 강조하며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했고,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디뎠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은빈은 요즘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의 주인공 서목하의 삶을 살고 있다. 어려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15년간 무인도에 갇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수의 꿈을 잃지 않고 긍정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박은빈은 ‘무인도’에 주목했다. 서목하는 물리적으로 15년간 무인도에서 홀로 지냈다. 하지만 현대인은 군중 속에서도 외롭다. 그래서 서목하가 역경을 헤쳐가는 과정은 각자의 무인도에 고립된 현대인을 향한 위로가 된다.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 알고 있는 무인도가 있다. 나만 아는 곤경, 남에게 닿지 않는 메아리를 품고 산다”면서 “하지만 그런 무인도의 삶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박은빈은 통상 여배우들이 선호하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 집중하지 않는다. 결핍을 가진 인물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 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서 “‘우영우’의 큰 성공은 그의 행보를 더욱 주목받게 만들었고, 박은빈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에 대중이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평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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