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미술관 소장 ‘청자오리모양주전자’[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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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미술관 제공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시카고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소장돼 있는 ‘청자오리모양주전자’는 12세기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의 진수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뛰어난 조형에 유색마저 비췻빛을 갖췄으니,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보급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자선가이자 동양 미술 컬렉터 러셀 타이슨(Russell Tyson·1867∼1963)의 기증으로 미국 시카고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에서 부동산업으로 부를 축적해 독지가로 성장한 그의 소중한 수집품 중 하나이다.

풍만한 동체에 미소를 머금은 듯 살짝 치켜 올라간 부리와 입매 그리고 생생한 눈동자의 표현이 마치 살아 있는 오리를 보는 듯 생동감 있다. 오리의 주둥이가 주전자의 토출구 기능을 하고, 등 쪽으로 도교 수도승 차림의 인물이 떠받치고 있는 잔 부분이 물이나 술과 같은 액체를 담는 주입구다. 그리고 오리의 꼬리 부분을 수도승의 목 뒤에 연결해 손잡이로 쓸 수 있게 디자인했다. 조형성이나 기능성 어느 것 하나 빼고 더할 것이 없는 조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주전자 몸체에 새겨진 깃털은 양각과 음각을 고루 활용해 섬세하게 표현했고, 활짝 펼친 날개 모양은 귀엽고 앙증맞다. 이 청자 주전자는 예술성과 종교적 표상성을 모두 내포한 한국미의 백미라 해도 좋을 듯하다. 특히, 도교 수도승 차림의 인물을 굳이 오리 모양의 새 등 위에 배치한 것은 무위자연을 향한 노장사상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했음일 것이다. 이 ‘청자오리모양주전자’는 현세에서 도교 혹은 불교적 의미의 이상향을 꿈꾸었던 고려인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청자로, 나라 밖에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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