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 ‘전방위 제도화’ 절실하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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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 들어 7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안보와 경제정책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해 합의했던 정부 간 협의체가 100% 복원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과 관계개선을 계속 추진, 일본을 한국에 긍정적인 국익 중심으로 규정하고 △안보와 경제 협력 파트너 국가 △국제적 도전에 맞서 힘을 합쳐 나갈 이웃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일본 기시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상응하는 협력을 잘 보이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라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미국을 중심으로 인·태지역 안보를 위한 삼각 협력체제가 성립됐다. 최근 국제정치 즉, 미·중 갈등의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가자 지역의 충돌로 인해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적 국제기구가 기능 마비된 현실에서, 한미일 협력 체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인·태지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방안이 됐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의 지배라는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에 동조하는 외교 노선이 우리 국익에 긍정적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속하는 한 국내 정치 변화에 따라 외교정책 지속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반일 세력은 대체로 친북·친중 세력과 친화적이어서 그 세력이 집권하면 한일 관계가 갈등 국면에 빠질 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에 전략적 모호성 및 중국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며, 유엔 제재 중인 북한을 지원하려고 할 것이다.

현재 한일 협력의 분위기를 지속시키고, 협력의 과실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보 협력의 기존 제도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통해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안보 당국 간에 공유하고 공동 대처하는 현실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맺게 된다면 우리 방위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고려할 때 한일 간 군수물자 협력에서도 윈윈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통신망·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 일본은 소재와 부품 등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미국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포함해 3국 간 기업이 상호 의존적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제 협력 관점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한일 간 산업 구조는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제조 공급망 구조와 기업 생산성에 관련해 윈윈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다.

한일, 한미일 간 여러 부문에서 협의체가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긍정적 성과를 올린다면 제도화가 진전될 기반이 된다. 이미 가동되고 성과를 올렸다면 다른 부문에도 흘러넘치도록 해야 한다. 국내 정치 변화에 따라 외교 노선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더라도 한일 간 이미 형성된 모든 협의체를 단번에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도화한 협력체는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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