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장애’ 피해 보상에 입 닫은 행안부…이 와중에 박람회라니?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1 19:3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입구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민간엔 엄격·자신에겐 관대한 ‘내로남불’…"원인 파악·보상책 마련에 힘써야"


정부의 행정전산망 ‘새올 행정시스템’의 장애 사태로 행정안전부의 민원 업무가 중단되자 ‘정부 업무의 전면 디지털화’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으나, 안정성과 보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민생에 해악이 될 수 있는 점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1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추진에 박차를 가해왔다. 행안부는 올해 9월 디지털정부국을 실로 승격시켰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디지털정부위원회와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디지털정부위원회도 출범 후 ‘정부24’ 서비스를 강화하고, 정부용 챗GPT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인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환경 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최첨단 서비스는 무의미하다. 이번 사태 전에도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 되는 장애가 발생했고, 올해 3월에는 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이 두차례나 중단되는 등 잊을만 하면 정부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행정망 장애로 현장에서 수기(手記)로 발급된 전입신고 및 인감증명서 등은 6282건에 달한다. 중요한 부동산 관련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신분증 진위 확인 등 본인 확인이 필요한 은행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종이 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본격화한 후 이같은 장애가 일어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산망이 가동되지 않으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업무 처리는 불가능한데 민원인 요청은 쇄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비상시 ‘백업시스템’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민간에는 엄격한데 자신들의 실수는 ‘어물쩍’ 넘어가는 행안부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킨 SK C&C와 카카오, 네이버 3사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고 조사를 한 후, 보상을 포함한 조치 계획을 보고하도록 지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망 장애 사태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분증 진위 확인 등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본 국민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상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23일부터 25일까지 행안부 주최로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할 예정인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 또한 이번 사태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시작된 ‘정부 박람회’는 정부의 혁신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는 ‘정부혁신, 디지털플랫폼정부와 함께’가 슬로건일 정도로 디지털 혁신 관련 내용이 핵심 주제다. 하지만 행사 시작 직전에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 지자체와 국민들에게 큰 불편과 피해가 발생했다.

한 지자체 고위 간부는 "지자체 입장에선 무엇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갑’인 행안부에 제대로 말을 못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태 원인 파악과 피해 보상책 마련에 힘써야 될 상황에 행사에 신경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