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안과·성형외과’ 는 웃고… 생명과 직결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는 붕괴 위기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1 11:51
  • 업데이트 2023-11-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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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일상이 된 ‘소아과 오픈런’ 소아과 의사 부족 등으로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 유행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 로비가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 '필수·지역의료' 해법은… (上) 비급여·실손보험 부작용

비급여 항목은 의사 재량으로
비싸게 책정 가능해 급속 팽창
실손보험 등에 업고 고수익

저수가·고위험 ‘바이털’ 의사
최일선 떠나며 생태계 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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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시장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종합병원 이상)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병·의원)로 양분된 가운데 실손보험과 맞물린 비급여 진료시장의 팽창이 ‘바이털(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의사들을 최일선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고 있다. 의사 재량권으로 비싸게 책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이 개원의의 월급을 치솟게 하면서 의료계에서 왜곡된 보상체계를 만들고 있어서다. 전문의를 따지 않은 일반의(GP)까지 비급여시장에 가세해 위험 부담 없이 쉽게 고액을 벌면서 ‘저수가와 고위험’을 떠안고 있는 바이털 의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비급여 진료 시장을 통제·관리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아무리 의대 정원을 많이 늘려도 의료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피안성 정재영’(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선호 현상의 주된 원인은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가(의료서비스의 대가)를 정하는 건강보험 진료와 달리 비급여 항목은 의사 재량권이 인정된다. 피부미용 시술, 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미용성형 등이 대표적이다. 10여 년 만에 비급여 진료시장이 2배로 급성장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로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치료 목적이 아닌 피부미용은 비급여 진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다르며,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진 적이 없다.

비급여 진료시장이 기형적으로 커지면서 의료계의 보상 구조도 왜곡되고 있다. 피부미용과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 시장 확대로 의료진이 감수하는 노력과 위험 부담에 견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개원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GP가 한몫했다. 임상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시술법을 배워 비급여 진료 시장에서 세후 월 1000만 원 이상을 벌고 있다. GP가 쏠리는 곳은 미용 분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2022년 GP가 개원한 일반 의원 총 979곳 중 86%(843곳)가 ‘피부과’다.

GP를 비롯한 개원의 몸값은 수직 상승하는 추세다. 국내 개원의 월급은 대학병원 등 봉직의들의 2배를 웃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21년 의사 소득 증가율이 변호사보다 4배 이상 높은 55.5%로 나타났다. 연봉 격차가 난 주된 원인은 비급여 항목이다. 비급여 진료가 폭증한 현상은 예비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라고 불리는 바이털과는 국민 생명과 직결돼 진료 항목 상당수가 건강보험 체계 내에 있다. 건보가 정한 수가만 받을 수 있어 위험 부담 대비 저수가 구조에 시달리면서 상대적으로 돈을 못 벌 수밖에 없다. 왜곡된 보상체계는 바이털 의사들을 비급여 진료시장으로 유출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병원 원장은 “비급여 시장이 실손보험이란 괴물을 만나 급팽창하면서 개원의들은 급여 항목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십몇 년간 숙련된 서전(외과의사)들을 경증환자를 주로 보는 병·의원으로 떠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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