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정보 실패’ 걱정된다[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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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원내대표 선거는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다. 좀처럼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국회의원 100명 안팎이 유권자여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 의원들도 표 계산을 하다 고개를 젓는다. 능구렁이 의원님들은 당연히 표를 줄 것처럼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가는 큰코다친다. 각 진영이 꼽은 확실한 ‘내 표’를 합치면 전체 의석수의 두 배가 나온다. 오죽하면 가장 고마운 게 ‘너 안 찍는다’고 확실히 얘기해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판세를 정확히 읽어야 제대로 된 전략을 짜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이, 대한민국이 29표를 받은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도 딱 원내대표 선거 같다. 냉혹·냉정하기 그지없는 외교전이고,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외교관·정치인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2차 투표에서 대역전’ 운운했던 판세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의 간극은 그간의 땀과 노력만으로 메꿀 수 없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조건이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투표를 불과 서너 시간 앞두고 한국에 올린 보고는 ‘2차는 무조건 간다’였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투표 몇 시간 전까지도 기자의 거듭된 질문과 회의적인 예상에 ‘이긴다’거나 ‘박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까지 박빙이라고 주장하는 게 전략이었거나 아니면 정말 그렇게 믿었거나. 전자면 하지하책(下之下策), 후자면 답도 없다.

사실 징후는 있었다. 한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은 “지난해와 올해 재외공관에서 올린 해당 국가의 엑스포 지지 판세를 보면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데도 ‘사우디 지지’가 ‘경합’으로, ‘경합’이 ‘대한민국 지지’로 바뀐 경우가 꽤 있다. 그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 외교부 장관이 사우디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격 인사의 ‘덕담’을 우리 지지로 보고한 경우도 있다”며 “부정적 보고를 알아서 피했거나 장밋빛 전망만 골라 보고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게 올해 국정감사 때였다. 엑스포 유치 주무부처들끼리의 눈치 싸움도 있었다. 끝까지 박빙 열세를 주장해 온 대통령실과 달리 중간에 ‘패색(敗色)’을 직감한 A 부처가 패인(敗因)을 ‘B 부처’로 돌리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B 부처가 반박 논리 개발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최선을 다하고 지는 건 박수받을 일이다. 패배를 직감하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역시 칭찬감이다. 하지만 현재 판세와 내 위치, 상황을 마지막 순간까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철저히 복기하고 또 갈아엎어야 한다.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난 뒤 윤석열 대통령은 ‘멘토 격’ 모 인사에게 전화해 선거 판세를 정확히 보고하지 않은 주변을 한참 질책했다고 한다. 애초 명분도, 바닥 민심도 우호적이지 않은 선거였는데, 대통령실 주변만 그 기류를 제대로 못 읽었다는 뒷얘기도 있다. 실패한 강서구청장 선거·엑스포 선거, 대통령실과 물리적·화학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판세를 낙관했다. 윤 정부 명운이 걸린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판세 예측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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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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