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씨앗에 탄소 쌓아 500시간 배양… 환경 훼손·자원 낭비 적고 가격은 절반[Who, What, Why]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6 09:01
  • 업데이트 2023-12-07 08:4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What - 실험실에서 채굴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자연서 1캐럿 캘 때 물500ℓ사용
지면 6.5t 깎고 온실가스도 배출

실험실 다이아는 토양오염 없고
화학적 성질도 천연석과 똑같아

가치소비 중시하는 MZ들 선호
저렴한 가격에 예물로 찜하기도


순수한 탄소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광물이다. ‘영원’을 상징해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다. 다이아몬드는 기원전 7∼8세기경 인도 드라비다족의 장신구로 처음 사용됐고, 이후 로마 시대에 유럽으로 수입된 이후 소수의 귀족만이 지닐 수 있는 보석이 됐다.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 지배에 열을 올리고 있던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대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다수 발견된다. 이후 노동력을 동원한 근대적 채굴법이 다이아몬드 광산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식민지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는 ‘피의 장신구’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 무분별한 광산 개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파괴 등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논란거리다.

이처럼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1954년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환경과 비슷한 ‘고온고압법(HPHT)’을 이용해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작았고, 투명도도 낮아 공업용 연마재 용도로만 쓰였다. 이후 귀금속 합성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가치가 높았던 보석용 다이아몬드 개발에 수많은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었고, 2010년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영국의 ‘드비어스’를 필두로 인공 다이아몬드 상업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지하 수백㎞에서 마그마가 화산으로 분출하면서 생기는 3만 기압, 3000도 안팎의 고온·고압을 받으면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성분의 99.95% 이상이 탄소로 이뤄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무색투명하다. 반면 인공 다이아몬드인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는 단어 그대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와 같은 방식으로 고온·고압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계에 가로·세로 7㎜ 미만의 다이아몬드 씨앗을 넣으면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과 동일한 결정 구조로 자라나는 원리다. 수소와 메탄가스를 주입해 탄소 원자를 분리한 뒤, 기존 씨앗 위에 탄소를 차곡차곡 쌓는 원리로 ‘화학적 기상증착(CVD)’ 방식으로도 불린다. 씨앗이 원석으로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0시간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씨앗을 배양해 탄생했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까지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주목받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 보고서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자연환경에 7배 영향을 덜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시 수백만㎡의 토양을 오염시키고, 과도한 탄소 배출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대기 질을 악화시킨다. 통상 1캐럿을 채굴하는 데 약 500ℓ의 물을 소비하고 6.5t가량의 지면을 깎아낸다. 반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토양오염이나 탄소 배출은 거의 없고 1캐럿당 약 18ℓ가량의 물을 소비할 뿐이다.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호응에 힘입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기준 천연 다이아몬드의 경우 1캐럿 반지 가격이 600만∼800만 원 수준이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은 반값인 300만 원대에 불과하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주얼리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저렴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눈을 돌리는 신혼부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은 자사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LVMH는 지난해 7월 이스라엘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기업 ‘루식스’에 9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스위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도 최근 출시한 시계 제품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가 선두주자 격이다. 로이드는 지난 2020년 첫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상품인 ‘엘다이아 컬렉션’을 출시한 뒤 매년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드 엘다이아 컬렉션의 매출은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KDT다이아몬드는 2021년 국내 최초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자체 생산했다. 현재 인도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내년 초 가동을 시작하면 첫해 3만6000캐럿, 이후 연간 10만 캐럿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은 2021년 20억 달러(약 2조686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39억 달러(약 5조23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관련기사
김호준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