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치서 공천은 ‘선거의 꽃’인데… ‘금배지 관문’ 경선, 밀실회의 등 내홍[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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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쟁을 통해 후보자를 공천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경선제도도 ARS 여론조사, 컷오프(공천 배제) 과정 등에서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10문10답 - 총선 D - 50… 후보 어떻게 뽑나

압도적 지지율땐 ‘단수 공천’
외부 영입인사로 ‘전략 공천’

국힘, 동일지역3선 15% 깎여
34세 이하 최대 20% 가산점

민주, 하위 20%는 20% 감산
여성·청년 등 15~25% 가산

경선패배 후보는 ‘출마 불가’
무소속 출마 방지 위해 제정


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이 진행 중인 공천 및 경선 절차에 관심이 모인다. 정당마다 세부 반영 비율은 차이가 있으나 보통 경선은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합산을 통해 승패를 가린다. 당이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많이 난 특정 지역구를 ‘단수 추천지’로 결정하거나, 판세를 본 뒤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어도 경쟁력이 있는 유력 인물을 ‘우선 추천’(전략공천)으로 내리꽂은 경우 경선 기회를 박탈당한 후보가 반발하는 사례가 선거 때마다 벌어진다. 한국 정치사에선 17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이 부분적으로 도입된 이래 각 정당이 경선과 단수·전략공천을 섞어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 경선 도입의 역사와 취지, 22대 총선 진행 상황 등을 알아봤다.

1. 당내 경선의 의미와 취지

각 정당이 시행하는 경선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후보자를 공천하는 절차다. 당내 경선에 관한 규정은 2004년 3월 12일 정당법 개정, 2005년 8월 4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확립됐다. 과거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모든 지역구에서 ‘완전 국민 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국내 정당의 공천은 ‘경선’과 ‘경선을 시행하지 않는 단수·전략공천’이 결합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공천과 관련해 20일 기준 각각 164곳, 88곳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경선을 치르는 지역구는 각각 61곳, 37곳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단수·전략공천 규모는 각각 103곳, 51곳이다. 이는 정당 공천이 당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2. 국내 정당 첫 도입 시점

당내 경선은 지난 2004년 열린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후폭풍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 등은 일부 지역 공천 과정에서 제한적으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다.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 △당원·시민 구분 없는 ‘완전 개방형 국민경선’ △유권자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경선에 동원됐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상향식 공천제도’의 경우 정당 민주화의 단초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현역 의원이 출마한 선거구에선 경선이 미실시됐고 선거인단 규모 차로 인해 공정성 시비에 얽매이는 등 한계점도 드러났다. 이 같은 지적 탓에 4년 뒤인 18대 총선에선 중앙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하향식 공천’으로 회귀했으나 그 결과, 역대 최저 투표율(46.1%)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여야 정당은 19대 총선부터 경쟁적으로 국민 참여 경선 재도입에 나섰지만, 30%가량의 지역구에 한정돼 유권자 참여를 통한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 ‘상향식 공천’과 ‘하향식 공천’

공천은 정당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정당들은 공천 과정의 구체적인 절차를 당헌·당규로 정하고 있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 지원을 받으면 당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선거철마다 공천 심사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나오곤 했다. 우리나라에선 1954년 자유당이 3대 총선을 앞두고 181명의 공인 후보자를 선정한 것이 최초의 공천 사례로 손꼽힌다. 공천은 경선과 같은 상향식 공천과 당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 하향식 공천으로 나뉜다. 정당의 공천기구는 당선 가능성, 개혁성, 당의 기여도 등의 공천심사 기준에 따라 후보자를 추린다. 공천 후보 신청자 간 지지율 격차가 크면, 경쟁력이 가장 큰 후보 한 명만 단독으로 공천하는 ‘단수 공천’이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2~3명의 후보군 중에서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출하는 ‘경선’이 진행된다. 특정 지역구에 한해 당내 인물이나 외부 영입 인사를 공천하는 전략공천도 있다. 이와 달리, 하향식 공천은 당 총재나 지도부에게 공천권이 집중되는 구조다.

4. 경선 패배 시 동일 지역구 출마 불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후보는 그해 선거에서 동일 선거구로 출마가 불가하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 2(당내 경선의 실시)에 따르면, ‘정당이 당내 경선을 실시하는 경우 경선 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후보자로 선출된 자가 사퇴 혹은 사망, 피선거권 상실, 당적 변경 등으로 그 자격을 상실할 때는 가능하다. 또, 당내 경선 이전에 ‘컷오프’(공천 배제)됐을 경우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자들이 탈당 후 무소속이나 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이 같은 ‘경선 불복’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이인제 후보가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한 바 있다.

5. 약자 위한 경선 가산점제도란

주요 정당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과정에서 세대교체, 정치신인 발굴 등을 위해 여성, 청년, 장애인 등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현역 의원 대비 낮은 인지도 극복, 정치적 약자 배려 등을 위한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20% 경선 득표율 가산점을 준다. 연령별로 만 35~44세 청년은 최대 15%, 만 45~59세 여성은 최대 10%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중증장애인, 다문화 출신 후보자도 가산점 대상이다.

민주당은 여성, 청년(당해 선거일 기준 만 45세 이하),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후보에게 15∼25%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청년으로 분류될 경우 연령별 구간에 따라 가산점이 차등적으로 적용되며, 정치신인은 경력에 따라 10∼20%의 가산점을 받는다. 장애인의 경우 전·현직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 출신일 경우 10%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6. 경선 컷오프 및 하위 20% 감산 규정

국민의힘은 현역 국회의원에게만 적용하던 교체지수를 원외 당협위원장 출신에게도 확대 적용한다. 이에 따라 전직 원외 당협위원장 78명 중 하위 10%인 7명을 공천 배제했다. 하위 10∼30%인 15명은 경선 득표율의 20%를 감산한다. 경선을 치르는 현역 의원도 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한다면 경선 득표율 20%가 감산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15% 감산이 적용되고, 당 약세 지역에서 3회 이상 낙선한 경우도 같은 내용의 감점을 받는다.

민주당의 경우 특별당규에 2명 이상의 후보자가 신청해 1위와 2위 후보자의 격차가 심사 총점 기준 30점 이상이거나 여론조사(공천 적합도 조사) 결과 20% 이상 차이 날 때 2위 후보를 컷오프하고 1위 후보자를 단수 후보로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역 의원의 경우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심사 결과의 20%를 감산하고 하위 10%는 30%를 깎는다. 감점 폭이 커 사실상 컷오프 대상이 될 수 있다.

7. 양당 전략공천 현황

여야는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총선 경쟁력이 있는 유력 인물을 후보자로 선정하는 전략공천을 활용해 전략 지역구, 전략공천자를 결정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PK(부산·경남) 험지로 불리는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중진 의원들을 배치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서병수(5선·부산 북강서갑), 김태호(3선·경남 양산을), 조해진(3선·경남 김해을) 의원을 전략공천 대상자로 정했다. 이들은 재선인 전재수, 김두관,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각각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전략공천위원회 비공개회의를 열고 전략 지역구 4곳에 영입 인재 4명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을에는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배치됐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에는 노종면 전 YTN 기자가 전략공천됐다. 울산 남구갑에는 전은수 변호사, 부산 사하을에는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나선다

8. 경선 필수요소 여론조사 논란

여야가 각 지역구 후보자 확정을 위해 당내 경선이 예정된 가운데, 필수요소인 여론조사 공정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당내 경선 여론조사는 지역구별로 전국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화면접에 비해 비용이 절반 수준인 ARS 방식이 선호되지만 응답률·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ARS 방식은 아무 응답이나 눌러도 알 수 없다. 한 사람이 당원 투표·일반 국민 여론조사에 모두 참여하는 불법 이중 투표, 연령 구간별 설문 형식을 이용해 연령을 거짓으로 누르고 조사에 참여하는 불법행위 등이 가능하다.

‘정치 팬덤’ 등 강성 지지층의 조직적 참여 및 역선택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선거철엔 일반 시민 상당수는 모르는 전화를 차단하거나 거부한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은 ‘카톡방’ 등에 여론조사 대응 매뉴얼까지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여론조사 업체 전화번호나 응답률이 낮아 전화가 걸려올 가능성이 큰 연령대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한다. 이외에도 각 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싸우기 쉬운 상대방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 논란도 있다.

9. 컷오프 반발해 무소속 출마후 생환도

공직선거법에서는 정당의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가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로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자들이 탈당 후 무소속이나 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지난 17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컷오프로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후보들이 정치 생명을 걸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홍준표 현 대구시장과 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총선을 치른 뒤 당선 후 당으로 복당한 전례가 그 예다. 지난 20대 총선 때도 유승민 전 의원이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소위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잇따라 공천 배제되고 본인도 공천 배제 조짐이 보이면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 당선 후 복당해 존재감을 키우기도 했다. 다만 무소속 출마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곽대훈(대구 달서갑)·정태옥(대구 북갑) 전 의원의 경우 컷오프에 반발해 21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나란히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10. 미국, 유럽 등 경선 방식은

미국의 대선 및 상·하원 선거 과정에서도 당내 경선과정을 거친다. 당내 경선제도는 크게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나뉜다. 코커스는 당원들이 모여 연설·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당의 후보를 뽑는 제도이고, 프라이머리는 국민경선제처럼 당원은 물론, 당적이 없는 일반 유권자들도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오는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 50개 주 가운데 공화당 7개 주, 민주당 5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는 모두 프라이머리 경선 방식을 택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당내 경선제도가 일반적이지 않다. 의원내각제 국가가 많고 비례대표의 비율이 높은 데다 결선투표제도가 있어 경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사회당 경선을 거친 뒤 대선에 승리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당내 경선에 드는 비용은 정당이 부담한다.

이후민·최지영·김대영 기자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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