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꺾은 수입차… 티맵에 길을 묻다[자동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BMW 차량에 티맵 기반의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다. 각 사 제공

■ 순정 내비게이션 불만 늘자 한국형 기기 탑재

국내 도로여건 반영 못해
쓸모없는 신차 옵션 취급

벤츠·볼보·JRL·지프 등
티맵 모빌리티 정보 장착

BMW, 배터리 잔량 계산
최적의 경로 안내 서비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업체들이 ‘내비게이션 한국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동안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 때마다 꾸준히 자체 내비게이션을 채택해 왔지만, 국내 도로 사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최근 주요 업체들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자체 내비게이션 대신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티맵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할 뜻을 밝히면서 소비자 편의성도 한층 개선될지 주목된다.

BMW 그룹 코리아는 티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을 국내 판매 모델에 탑재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티맵은 2002년 SK텔레콤 ‘네이트 드라이브’로 시작한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은 65%에 달하며 월간 이용자 수(MAU)도 13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BMW 그룹 코리아는 지난 2019년부터 국내에서 운행되는 BMW 및 미니 차량에 티맵모빌리티의 온라인 ‘POI(Point of Interest·관심 지점)’ 데이터 및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적용한 바 있다.

또 한국 고객에게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 개발에 착수, 티맵모빌리티와 협력해 국내 환경 및 고객에 최적화된 맞춤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해왔다.

새롭게 개발된 티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은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지도 정보가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돼 별도의 지도 업데이트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최신 교통상황을 포함한 모든 안내 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갱신된다. 경로 안내는 헤드업디스플레이에도 완벽히 연동돼 운전자는 시선 이동을 최소화한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BMW 전기차 모델의 경우 목적지와 차량 배터리 잔량, 충전소 정보, 교통 상황 등을 반영한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며, 충전소를 목적지로 설정할 경우 배터리 자동 예열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모델 특성을 고려한 기능도 지원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티맵의 실시간 교통 정보를 탑재한 벤츠의 내비게이션 화면. 각 사 제공

새로운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은 올해 2월부터 BMW X1·2 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에 가장 먼저 적용되며 2분기 출시 예정인 BMW 뉴 X2와 뉴 미니 모델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최근 출시한 더 뉴 E클래스를 시작으로 신차 내 내비게이션에서 티맵모빌리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주요 신차의 경우 차량에 최적화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를 적용해 더욱 편리한 주행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앞서 지난해 2월 글로벌 전략 발표를 통해 티맵모빌리티(한국)와 구글(북미·유럽), AMAP(중국) 등과 글로벌 모빌리티 맵 관련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8월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방한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와 티맵 내비게이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볼보도 지난 2021년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300억 원을 투자해 업계 최초로 티맵 인포테인먼트를 선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볼보는 지난해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자동차 제품 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 외에 JRL(옛 재규어랜드로버), 지프 역시 현재 티맵 내비게이션을 사용 중이다.

지난 2022년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3년 내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2만46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입차 운전자 중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소비자는 38%에 그쳤다.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률이 68% 수준이던 국산차 소비자보다 30%포인트 이상 적은 이용률을 보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고가의 사양인 내비게이션이 국내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 옵션으로 취급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내비게이션의 한국화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