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거꾸로 흐르는 남녀의 시간… 관객은 웃지만 왠지 서글프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6 08:59
  • 업데이트 2024-02-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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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결혼식은 제이미(배우 최재림)와 캐시(배우 민경아)가 소통하고 같은 감정선을 공유하는 유일한 장면이라 더 애절하다. 신시컴퍼니 제공



■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
세종문화회관 4월 7일까지 공연


“나나나나 너에게 행복을 줄게/ 너를 위한 무한한 시간/ 네 마음껏 행복해지렴.”

계속되는 오디션 낙방에 지쳐가는 여자친구에게 소설가는 자신의 신작 소설 등장 인물들의 입을 빌려 사랑을 노래한다. 따뜻하고 설레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은 웃고 있지만 어딘가 서글프다. 이들이 이별한다는 결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세종문화회관 S 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가톨릭 집안의 배우 ‘캐시’와 유대인 소설가 ‘제이미’가 함께한 5년을 그려낸 뮤지컬이다. 15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국내 무대에 돌아왔다.

캐시의 시간은 거꾸로, 제이미의 시간은 순서대로 흘러 여자와 남자의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독특한 구성이다. 뮤지컬이 시작할 때 캐시는 이별을 노래하지만 제이미는 첫 데이트 후 자신의 여신을 찾았다는 설렘을 노래한다. 작품에선 이별의 슬픔과 사랑의 기쁨이 교차된다.

공연 마지막 넘버는 캐시는 ‘내일까지만 안녕’, 제이미는 ‘난 널 지킬 수 없었어’이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동시에 ‘안녕’을 외치지만 캐시는 만남을 기약하고 제이미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 가슴이 시린다. 캐시와 제이미가 공연 중 만나 서로를 만지고 마주 보는 것은 공연 중반부 이들이 결혼하는 넘버 ‘다가올 십 분’뿐이다. 결말부를 미리 보여주는 역순 구성보다 관객들에게 더 큰 여운을 남긴다. 다가올 미래를 모르는 두 인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련하고 애절한 심정이 든다.

두 대의 턴테이블은 다르게 회전해 이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지영 연출은 “두 사람 모두에게 5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자기만의 시간과 속도가 있는데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착각하니 갈등이 생긴다”며 “회전무대로 물리적으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스루 뮤지컬이며 90분간 두 배우가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아 출연진의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재림·이충주가 제이미, 민경아·박지연이 캐시를 맡았다. 톱 뮤지컬 배우들을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작품의 매력이다.

공연은 오는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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