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낙태권’ 확산 불 댕긴 프랑스… 트럼프 집권시 미국과 갈등 예고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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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헌법 ‘낙태의 자유’ 명시
교황청 “생명 빼앗을 권리 없어”


프랑스가 헌법에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명시하면서, 낙태권을 둘러싸고 유럽 내부는 물론 유럽과 미국 간에 상당한 갈등과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낙태권 폐기 등 보수적인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여성 인권사의 상징적인 사건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합동회의를 열고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헌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프랑스는 1975년 임신 10주 이내의 낙태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법 개정으로 낙태 가능 기간이 확대됐다. 2001년 10주에서 12주로 늘어난 데 이어 2022년에는 14주까지 허용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산사가 의사 개입 없이도 의료 시설에서 도구를 이용해 낙태 시술을 할 수 있게 추가 승인했다.

이날 프랑스의 개헌으로 낙태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내에서도 점차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도 여전히 낙태권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의회는 ‘모든 사람은 안전하고 합법적 낙태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기본권 헌장 제7조에 추가 및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몰타, 폴란드 등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져 왔다.

프랑스 낙태권 개헌으로 향후 낙태권 문제가 유럽과 미국 간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후 올해 초까지 21개 주에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했다. 낙태 금지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과 유럽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한편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며 프랑스의 낙태권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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