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도주 이창명’ 연상 시키는 김호중 의혹…혐의 입증 가능할까?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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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농도 0.03% 이상 돼야 처벌…뒤늦은 측정에 수치 확인 어려워
이창명 사건 연상…"기소시 도주·은폐 등 각종 정황 반영될 것"


뺑소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결정적 증거인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이 사고 17시간 뒤에야 이뤄진 점이 혐의 입증의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선 2017년 방송인 이창명 씨 사건과 같이 기소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우선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김 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받았다.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냈다.

김 씨가 사고 이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17시간이 지나 경찰에 나와 음주 측정을 받았고, 사고 전에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까지 공개됐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직접 요청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고를 내기 전 유흥주점을 찾기에 앞서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일행은 주류를 곁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김 씨가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18일 새벽 김 씨가 사고를 내기 전 머무른 강남구 청담동 유흥주점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런 정황들이 혐의 입증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뒤따른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통상 음주 후 8∼12시간이 지나면 날숨을 통한 음주 측정으로는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경찰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추산할 최초 농도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시간 행적을 감춘 운전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알코올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대사체를 모발과 소변에서 검출해 분석하는 방법 역시 음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김 씨 사건을 보고 방송인 이창명(55) 씨의 교통사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씨는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지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에서 0.03%로 변경(2019년 6월)되기 전으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이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 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도로교통법은 김 씨처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범이거나 인명 피해가 없으면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 음주운전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다.

김 씨 측은 "술잔에 입을 대긴 했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다"며 음주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까지 선임했다. 김 씨는 전날 열린 콘서트에서도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김 씨 차량과 충돌한 택시 기사는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뺑소니와 매니저 허위 자백,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제거, 17시간 뒤에야 이뤄진 경찰 출석 등 사고 대응 과정에서 김 씨와 소속사 간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 경찰 수사로 확인된다면 범인도피교사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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