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포보와 배개[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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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지만, 경복궁-도산서원의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을 아홉 번째로 걸어가고 있는 필자에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고마운 역사다. 퇴계 선생이 배를 타고 갔던 서울의 두뭇개(옥수역)부터 충주의 탄금대까지 남한강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따라 안전하게 걸어가며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4대강 살리기 한강의 보(洑)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이포보’였다. 멀리서 보면 유선형의 곡선미가 꽤나 아름답고, 가까이 다가가면 폭포 같은 물소리가 우렁차다. 이포보의 이름은 남한강에서 가장 유명한 나루 중의 하나인 梨浦(이포)란 한자 지명에서 따왔다. 이포보 바로 위쪽 남한강가에 솟아난 강애산 아래에 있었는데,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이곳을 이렇게 썼다.

(여주)읍의 서쪽에 백애마을(白崖村)이 있다. 한 굽이의 긴 강이 동남쪽에서 동북쪽으로 흘러들어 마을 앞에서 띠를 둘렀는데, 이곳이 (남한)강가에서 제일가는 이름난 마을이다. 수구(水口)가 막힌 듯하여 강물이 흘러나감을 알기 어렵다. (여주)읍과 백애마을은 하나의 들로 통하여 동남쪽이 넓게 트이고 기후가 맑고 상쾌하다. 이 두 곳에는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의 집이 많지만 백애마을 사람들은 오로지 배로 장사하길 좋아하여 농사를 대신하는데, 그 이익이 농사짓는 집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梨浦(이포)라는 이름이 안 보인다. 이중환이 이곳을 방문하여 사람들이 부르던 나루 이름인 ‘배개’를 듣고 비슷한 소리의 한자인 백애(白崖)로 썼기 때문이다. ‘용비어천가’에서는 이 나루의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동시에 기록했는데, ‘梨浦(배애)’다. 이포는 우리말 이름인 ‘배개’를 한자 梨(배 리)와 浦(개 포)의 뜻을 빌려 표기한 梨浦의 한자 소리가 일제강점기 이후 행정 명칭으로 굳어진 결과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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