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연대 갈망하면서도… 타인 고통 즐기는게 인간[출판평론가의 서재]

  • 문화일보
  • 입력 2024-05-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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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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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에서 궁싯거릴 뿐인데, 종종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그 질문이 끝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책으로 향한다. 때마침 한 권의 책이 눈에 밟힌다. 오랫동안 라디오 PD로 일하며 교양, 정보, 다큐멘터리,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박천기의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디페랑스)가 그것이다. 저자는 “가장 가깝지만 먼 존재, 우리와 살을 맞대고 매일매일 투정하며 사랑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무지하다”면서 인간 탐구에 나선다.

저자는 ‘사람의 거리’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현대인은 대부분 ‘아는 사이’에 만족한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것도, 누군가 내 삶에 가타부타하는 것도 마뜩잖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신념, 종교 등의 ‘공통의 신화’가 있어 사람들은 유대를 맺고 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대를 갈망하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나의 기쁨’으로 삼는 게 인간이다. 결국 ‘공감능력’이 답이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강렬한 쾌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모순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인간의 마음을 찾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는 인간,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의 승리”만이 괴물이 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책은 ‘역사의 승자는 누가 심판하는가’라고 직격한다. “소수 정치군인에 의해 짓밟힌 민주화의 꿈, 심판받지 않은 권력”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부패한 권력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역사가 심판한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저자는 “정의는 하늘나라가 아니라 인간의 땅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면서 그 기저에 인간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책 말미에 저자는 죽음을 언급하면서 “노화의 탓으로 돌리는 많은 결정이 사실은 인성의 문제”라고도 말한다. “바라보고 지켜봐 주는 여유의 미덕”이 없으니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저자의 관심사는 종횡무진이다. 철학과 예술, 종교와 과학 등을 오가며 인간의 마음, 그 적절한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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