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올라 성모님 곁에 있는 그대… 나는 아직 보내지 못했어요[그립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1 09:01
  • 업데이트 2024-06-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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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성당의 혼인 갱신식 때 그대가 내 손가락에 기념묵주를 끼워주는 모습. 그때는 이렇게 헤어질 것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그립습니다 - 아내 김금자(1942~2024) <상>

그리움은 그리움의 집을 짓습니다. 떠난 지 한 달 스무 하루째 그대 어디 있는가?

그대 하늘로 올라 예수님 성모님 계시는 곳에 있으리라. 기도하던 대로 원하던 자리 그곳에 있으리라.

그러나 마지막 아픔의 골짜기를 거쳐 갔으므로 남아 있는 식구들은 아픔의 벼랑이나 굽이치는 물굽이를 벗어났는가, 걱정 중에 걱정으로 있는데… 영결미사를 주례해 주신 루치오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헬레나 선생은 유택이거나 묘소이거나 벼랑 같은 비바람 치는 곳에 있지 않다고, 우리들 따뜻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안심지역에 있어서 안심하고 있으면 된다고, 하느님 말씀 중에 햇볕 드는 말씀으로 읽히는 자리 거기 주인으로 있으니 아프고 시리고 슬프지 않아도 된다”고 하십니다. 태국 파타야에 가 계신 조명래 신부님은 “헬레나 선생님은 틀림없이 천국에 가 계시니 이제는 남아 있는 본인 생각만 하세요. 생각날 때면 2인분의 삶을 사신다 여기시면 됩니다. 교수님의 시도 본당 축일 때 읽어주시던 서정 본래의 윤기 도는 세계를 회복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하시네요.

그러나 나는 그대를 병상 곁에서 1년여 보내면서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어서, 나는 아침약 점심약 저녁약 시간대로 챙기고 있는 듯 아닌 듯 그 약봉지 수북이 남아 있어서, 지금 그 투약시간일 것이라는 착각에 젖어 있어서 아아, 그대 하늘에 있어 아픔도 슬픔도 어깨에 지워진 짐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많이 어리석고 미련하고 굼뜨고 천치, 하늘을 모르는 천치가 되어 있군요. 하느님 용서하세요.

호스피스 병실 1인실. 간병인을 불러 놓고 있다가 주치의 말씀을 듣고 나와 딸은 간병인을 돌려보냈지요. 전화로 소통하는 큰아들과 나와 딸이 숨죽이는 방, 여느 병실처럼 도란도란 말은 하지만 주사도 흘러내리는 물방울 주사액도 “호스피스 병실이어요” 하며 똑똑 무언으로 눈짓하는 방!

그대 힘이 극도로 부치자 딸이 제 어머니에게 스마트폰 인터뷰를 시도했지요. 카랑카랑 그대 국어교사로서의 단정한 말씨가 교실을 채우던 그 목소리. “어머니 큰아들 일송아 불러 보세요”하고 말하자 가까스로 그대 침묵을 열고 고개를 한 번 움직인 뒤 “걱정하지 마(나는 괜찮다 괜찮다).” “둘째 주현아 하고 불러 보세요, 보세요” 하니 목을 추스르며 “걱정하지 마(나는 괜찮다 괜찮다).” “어머니 손 한 번 흔들어 보세요” 하니 오른쪽 손등 바늘 하나에 주렁주렁 들어가는 갖가지 주사액 고무줄이 얽혀서 힘들게 흔들며 흐흐, 웃는 시늉을 했는데 백합 꽃잎 하나 흔들림이었지요. 마침내 지지 않을 백합 한 송이로 피어났던 것이지요.

오늘은 그대 헬레나를 위한 100일 미사 그 여덟 번째 날인데 마침 부활주간이라 제대꽃꽂이가 부활의 모양이로군요. 머리를 들어 양날개를 펴고 발등 즈려서서 힘을 주는 받침대가 무성히 엮인 꽃잎이라니! 발에 힘을 주면 바로 하늘로 비상하게 되어요. 이왕이면 그대 청춘의 한때로 비상해볼까요? 그립습니다. 그 시절이라니…. 손잡아 주세요.

남편 강희근(시인·경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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