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은 日 제국주의 그림자… 끝없는 질문과 탐구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2 09:14
  • 업데이트 2024-06-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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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타임피스’ 시리즈 중 ‘15.정물화’ 스틸 이미지 ⓒ Ho Tzu Nyen



■ 싱가포르 설치미술가 호추니엔 서울서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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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현재를 짓누릅니다. 직면하고 해소해 나가야 하는 것이죠.”

다채로운 예술 언어로 아시아의 근대성을 탐구해 온 싱가포르 설치미술가 호추니엔(사진·48)은 자신이 지향하는 작품 세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한국 첫 개인전 ‘시간과 클라우드’를 위해 방한한 호추니엔은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분명 미래에도 다시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아시아인의 삶과 정체성을 파고든, 지난 20년간의 작업 활동을 돌아봤다. 호추니엔은 ‘시선’과 ‘시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온 작가다. 영상,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에겐 늘 ‘비판적 시각 연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복잡하고 다층적인 호추니엔 작업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미지의 구름’(2011), ‘호텔 아포리아’(2019), ‘시간(타임)의 티’(2023∼2024) 등 대표 시리즈와 신작을 통해 호추니엔 예술 세계의 핵심을 오롯이 보여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상설치작업 ‘호텔 아포리아’가 가장 주목된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동남아시아가 경험한 제국주의적 경험을 일본 제국주의에 투영해 재해석한다. 아이치(愛知)현의 전통여관(료칸) 기라쿠테이에 설치하고 촬영한 작품은 2019년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선보여 현지에서도 호평받았다. 특히, 장소가 지닌 역사성은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 바로 기라쿠테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의 마지막 연회 장소였기 때문이다. ‘파도’ ‘바람’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영상물이 바람 부는 어두컴컴한 다다미방에서 상영되는 풍경이 작가의 묵시론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영상 속엔 2차대전 때 선전 영화 제작을 위해 징집됐던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만춘’(1949) 등의 편집본이 담겼다.

작가는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에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 역사 속에선 누구도 외부인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시아는 일본이 꿈꾼 패권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 아포리아의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대부분 지워져 있다. 작가는 “얼굴이 비어 있으면 아무도 아니면서 모두가 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거기에 투사하면 과거의 존재들을 현재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작가의 신작을 주로 선보인 ‘시간의 티’는 아트선재센터와 싱가포르미술관이 공동 제작했다. 시간과 관련된 42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상물인데, 두 개의 스크린 속 이미지가 서로 겹쳐져 충돌하고 부서지다가 다시 확장되는 전개가 흥미롭다. ‘미지의 구름’ 시리즈는 호추니엔이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관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싱가포르의 저소득층 공공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인물 8명의 단조로운 일상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관람료 5000∼1만 원, 전시는 8월 4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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