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이끈 여성 프로파간다… “우리는 모두 양면적인 존재”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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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활화산’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강민지. 국립극단 제공



연극 ‘활화산’ 김정숙 役 강민지
1974년 초연 각본 그대로 살려


“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새마을운동도, 들여다보면….”

‘시차 적응’이 아직 덜 끝난 듯한 목소리였다. 배우 강민지는 새마을운동 참여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한 1974년 초연 당시의 각본을 그대로 따른 연극 ‘활화산’(연출 윤한솔)에서 주인공 김정숙을 맡았다. 1989년생인 배우가 50년 전 프로파간다 그 자체로 변신했던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직후 그를 만났다.

무대 경력 17년 차에 접어든 이 배우는 인터뷰 답변에 쓸 단어를 찾고 고민하는 신중한 성격이 돋보였다. 새마을운동의 엇갈리는 사후 평가들에 대해 “그런 생각은 접어둔다”며 “김정숙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단호한 답변도 보였다. 김정숙은 새마을운동 당시 정부가 모범자로 선정한 실재 인물이 모티브다. 종가의 며느리가 된 그는 경북의 한 쇠락한 집안을 농축산업 등으로 일으켜 세운다.

강민지는 “대본을 보고 이 시대에 이런 주체적 여성이 있었구나, 멋지다고 봤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을 떠나 어쨌든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강민지는 다만 “극 밖에서 보면 김정숙은 섬뜩한 인물이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장마철마다 범람하는 마을 냇물을 건너는 다리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숙은 “우리가 우리끼리 믿고 힘을 합쳐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꺼? 없습니더!”라고 외쳤다. 필수 인프라 설치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자면서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소위 새마을운동 3대 정신을 웅변한 대목이었다. 김정숙이 죽은 시아버지의 삼년상 중단을 주장하면서도 시가에는 농축산업을 제안한 것도 집안을 되살리겠다는 데 있었다. “그 장면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김정숙은 그렇게 생각해야 해서….”

‘주체성’이란 무엇인가 하고 고민에 빠지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저 시절이 좋았지 하며 향수에 젖는 다른 관객도 있었다.

강민지의 연기가 단단하게 느껴진 것은 그 인물과의 일체감 때문이었다. 그는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려고 하는 편”이라며 “공연 자막대로 대사가 거의 틀린 게 없지 않더냐”고 되물었다. 어미 등 처리를 배우 재량으로 열어둔 연출이었다고 하지만, 강민지는 “관객 입장은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아 똑같이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예정된 21회 중 14회차에 접어든 당일 공연에 대해서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처음과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대사가 기억에 남을까. 시어머니 심 씨(백수련 분)에게 “저한테 맡겨주시이소? 예?”라고 하는 장면을 꼽은 강민지는 “변화의 시작이 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0년 만에 다시 ‘활화산’이라는 작품이 드러났는데 좋은 말이든 쓴 말이든, 많이 이야기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은 같은 곳에서 17일까지.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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