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재건축, 헛바람 넣다 탈 난다[문희수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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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빠듯
핵심인 가구당 분담금 무대책에
주민 이주단지 계획 철회 비상

3기 신도시와 충돌, 미분양 우려
희망 고문… 사전청약제 재연 꼴
졸속 추진은 자해, 틀 다시 짜야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제시한 대책들이 너무 부실한 탓이다. 핵심인 사업일정·가구당 분담금·이주대책 등이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을 졸속 추진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우선, 일정부터 너무 빠듯하다. 5개 신도시별로 선도지구를 정해 순차적으로 재건축하더라도 2027년부터 착공·2030년 첫 입주라는 시간표는 탁상공론에 가깝다. 국토부가 인허가를 2년 이내에 마치도록 지원하더라도 6년 뒤 입주는 희망 고문이다.

특히, 관건인 분담금은 무대책이다. 건설업체들은 가구당 수억 원을 예상해, 주민의 기대치와 격차가 큰 상황이다. 2022년 12월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도시 주민의 78.6%는 2억 원 이하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가 절반 수준(47.8%)이었다. 물가·금리 인상으로 재건축·재개발 공사비가 지난해 3.3㎡(1평)당 687만 원으로, 3년 새 43% 올랐지만, 분담금 상한은 2억∼3억 원 미만으로 봐야 한다. 신도시는 대개 전용 85㎡ 시세가 평균 평당 2000만 원대, 높아도 4000만 원을 넘지 않는 점에서도 그렇다. 주민 입장에선 분담금이 이 수준을 넘으면 재건축보다 주변의 새 아파트를 매입 또는 분양받는 게 유리하다.

국토부가 용적률 상향으로 해결된다고 낙관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반 분양 수익으로 분담금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30평형대 기준으로, 일반 분양가는 높아도 12억 원 수준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이라면 비(非)강남도 15억∼20억 원이 가능하겠지만, 신도시는 극소수 단지가 아니라면 이 정도가 한계다. 이 금액을 넘으면 실수요자는 현재 신도시 주변에서 분양되는 주택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도 분양 대기 중이다. 물론 40∼50층 고층 아파트를 지어 공급물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공사비도 늘고, 용적률 확대에 따른 기반시설 등 공공기여와 사업비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초과이익 환수는 그대로 큰 부담이다.

더욱이 신도시는 은퇴자 비중이 높다. 노후자금도 부족한 판에 2억 원 넘는 분담금을 내기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저리 장기대출 지원도 공허하다. 소득이 없는데 원리금을 어떻게 갚겠는가. 결국 집값이 급등하지 않는 한, 원하는 수준으로 분담금을 맞추기 어렵다. 재건축이 안 되는 것이다. 지자체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사전 컨설팅조차 필요한 동의율을 못 채우는 단지가 수두룩한 것은 재건축에 대한 의구심이 원인이다.

재건축 공사 기간의 이주 문제도 비상이다. 임대주택 등 이주단지 조성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과 거부감이 거세자, 국토부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달 말 설문조사를 거쳐 8월에 새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뒤탈 날 소지를 없앤 것은 다행이지만, 부실·졸속 대책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주민들의 대량 이주에 따른 전세난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자칫 문재인 정부 때 같은 전세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특히, 3기 신도시 일정과의 충돌은 심각한 문제다. 내년부터 시작될 1기 신도시 선도지구들의 일반 분양과 3기 신도시 청약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짙어서다. 1기 재건축 물량은 2만6000가구+알파이고, 3기 분양은 17만6000가구나 된다. 일산과 고양 창릉, 중동과 인천 계양·부천은 인접해 서로 미분양을 부추길 소지도 크다. 1기 재건축 입주와 3기 입주가 맞물릴 때의 혼선도 간과해선 안 된다.

국토부는 최근 문 정부 시절인 2021년 도입 때부터 말 많던 사전청약제의 실패를 인정해 폐지를 결정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쫓겨 통상 착공 때 했던 청약을 억지로 1∼2년 앞당겨 받게 했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공사부터 입주까지 일정이 지체되는 곳이 속출하면서 희망 고문을 시키는 현실을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2∼3년 뒤 공급 부족을 우려한다. 윤석열 정부가 신도시 재건축으로 헛바람을 넣어 이를 가리려 들다가는 실망만 더 키워 큰 탈이 날 것이다. 신도시 재건축에 물꼬를 튼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졸속 추진은 자해(自害)나 마찬가지다. 5개 신도시별로 재건축을 한 곳이라도 제대로 성사시키는 게 필요하다. 전면 재설계해 틀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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